국내 카지노도 사기 안전지대 아니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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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호 22면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초특급 호텔 카지노. 13명의 일당이 정교한 사기도박 계획을 세운 뒤 VIP 손님을 가장해 잠입한다. 이들은 카지노 직원들을 매수하고 주사위와 게임기를 조작하는 수법으로 연전연승을 거둔다. 이 카지노는 손님의 눈동자 움직임을 분석해 사기 여부를 밝힐 정도로 최첨단 감시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사기꾼들은 컴퓨터 해킹으로 무력화시킨다. 결국 사기꾼들은 단 3분30초 만에 5억 달러(약 6200억원)를 챙기고 유유히 사라진다. 할리우드 영화 ‘오션스 13’(2007년)의 줄거리다.

카지노와 사기도박

사기도박은 영화 속 얘기만이 아니다. 카지노가 생긴 이래 사기로 일확천금을 챙기려는 시도는 끊이지 않았다. 미국에선 19세기 중반 미시시피 강변을 따라 ‘선상 카지노’가 발달하며 사기도박의 온상이 됐다.

당시 조지 드볼이란 도박사는 미리 카드 한 장을 보여주고 다른 두 장과 뒤섞은 뒤 어느 것인지 맞히도록 하는 ‘스리 카드 몬티’란 게임으로 유명했다. 한때 우리나라에서 야바위꾼들이 바둑알이나 구슬을 그릇으로 덮고 손을 빠르게 움직이며 뒤섞었던 것과 같은 수법의 사기다. 20세기 초반에는 마피아들이 카지노를 장악, 사기도박을 일삼으며 총격전을 벌이기도 했다.

국내 카지노도 사기도박의 안전지대가 아니다.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2007년 5월 강원랜드 VIP룸 ‘바카라’ 사기 의혹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손님 여섯 명이 불가능에 가까운 승률로 순식간에 거액을 따는 모습이 폐쇄회로 TV(CCTV)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강원랜드는 이들 여섯 명과 의심스러운 신호를 보낸 다른 고객 한 명, 테이블에서 카드를 돌린 딜러 한 명을 사기도박 혐의로 고소했다. 강원랜드는 “2년 전에는 특별한 물증을 찾지 못해 수사가 종결됐으나 이번 검찰 수사에선 진상을 명백히 밝혀내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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