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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딥 임팩트'서엿본 인류 최후의 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상상력은 얼마나 위대한가. 영화제작 후반작업에 몰입하고 있던 지난달 '딥 임팩트 (대충돌)' 제작진 (스티븐 스필버그 제작총지휘자 외 4명의 프로듀서와 미미 레더 감독) 들은 어느 날의 뉴스에 놀라움을 삭이지 못했다. 3월 둘째주 전세계 언론매체를 장식했던 헤드라인 - "행성이 지구로 다가온다. 2028년 10월27일, 재앙은 과연 닥치는가.

보도내용은 자신들의 영화와 너무 흡사했다. 물론 유사한 주제를 다룬 첫 영화는 아니었다. 이미 50년대 '지구충돌의 순간' 이라는 영화가 있었고 중간중간 유사한 주제의 영화는 꾸준히 시도됐다. 그리고 올 7월 개봉될 '아마게돈' 까지….

잠시 영화 딥 임팩트의 긴박한 상황을 읽자. 소녀 사라 하츠너의 시선을 끌기 위해 억지로 천체클럽에 가입한 15살짜리 소년 레오 베이더만. 그는 천체관측 도중 우연히 혜성 하나를 발견한다. '울프 - 베이더만' 으로 이름 붙여진 그 별은 지구와의 충돌궤도에 진입해 있는 것이다.

여기 야심만만한 여성앵커 제니 레너. 그녀는 섹스 스캔들 암호명 같은 '엘리' 라는 단어의 실체확인 작업 도중 그게 인류의 종말을 피하고자 하는 절대절명의 작전명령임을 알고 놀라는데…. 남은 시간은 2개월. 뉴욕시만한 크기에 5천억톤에 달하는 혜성. 미국정부는 러시아와 공동으로 이미 지난 8개월동안 핵무기를 장착한 우주선 메시아를 제작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난다.

하지만 전역 우주비행사 키니의 소행성 폭파임무는 수포로 돌아간다. 두 동강이 난 채로 여전히 지구를 향해 달려오고 있는 것이다. 이제 남은 시간은 단 3시간. 대통령 롬백이 발표한 마지막 생존전략은 미주리주의 비밀 지하요새. 60억 인류중 1백만명만을 살아남게 해 폐허 이후의 지구에 다시 인류를 생존케 하자는 것. 과연 컴퓨터는 누굴 선택하고 또 버릴는지.

여기에서 불쑥 새로 명제 하나가 등장한다. 운명의 날을 앞두고도 철학자 스피노자의 '한그루 사과나무 심기' 처럼 신성한 선택을 하는 사라와 레오. 둘은 도시를 덮친 해일을 피해 산으로 도망질치면서 메말라버린 휴머니즘을 복원하고 있다. 그런 유형의 인간이 살아남아 다시금 지구상에 찬란한 과학문명을 재건한다면….

정녕 인류의 성숙과 번영은 멈출 수 없는 것인가 보다. 과학자 겸 철학자 제임스 러브록의 가이아 (GAIA:그리스 신화속의 대지의 여신) 를 들이대면 어떨까. '가이아라는 이름의 지구 = 자기조절 능력을 가진 초유기체' 라는 등식으로 미래를 기약하는 것 말이다.

그리고 또 한사람 미국에서 활동하다가 최근 귀국한 건축가 조택연씨. 그는 지난해 가이아 프로젝트전에서 '그녀의 아름다운 심장' 이라는 이름의 지하 미래도시 '에코어번' 을 통해 미래인류의 생존공간 개념을 예고했던 주인공이다. 바로 딥 임팩트의 지하요새 같은 것이다.

세기말이자 천년의 말. 그래서인지 인류에 대한 사형선고 또는 카오스적 종말을 담은 리포트가 난무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낙관론이 우세하다. 이런 상상력의 천재들에 의해 지구는 오늘도 평안하니까.

LA=허의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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