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용↑ 실질소득↓ 엇갈리는 경기 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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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분석 경기 회복의 불씨가 정말 살아나는 걸까. 5일 발표된 두 가지 통계는 시차는 있지만 서로 상반된 신호를 보내고 있다. 좋은 쪽으로 해석하면 경기 회복의 조짐이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속단은 이르다는 근거도 곳곳에서 관측된다. 불씨가 확 피어오를 것이라고 확신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날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신용카드 사용액은 27조4630억원으로 전년 동월보다 8.7% 증가했다. 카드 사용액 증가율은 지난해 10월 15.2%에서 올 1월 3.9%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오른 것이다.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2.7%로 안정된 것을 감안하면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다. 여신금융협회 백승범 홍보팀장은 “일반적으로 물가가 오르면 신용카드 사용액은 그만큼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며 “지난달 물가가 안정됐는데도 사용액이 8% 이상 늘어난 것은 소비 증가를 보여 주는 긍정적인 신호”라고 말했다.

백화점 매출과 자동차 판매도 호조다. 롯데백화점의 지난달 매출액은 전체 점포를 기준으로 전년 동월 대비 12.1%, 기존 점포 기준으론 7%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도 매출증가율이 8.1%나 됐다(센텀시티점 제외). 지난달 자동차 내수 판매는 12만4442대로 전년 동월보다 15.3%, 전월보다는 31.7% 늘었다. 정부의 노후 차량 세금 감면 조치 등에 힘입은 것이다. 주가가 오르고 외환시장이 안정되면서 소비자들의 심리도 크게 개선됐다. 지난달엔 앞으로의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믿는 소비자들이 나빠질 것으로 보는 사람보다 많아졌다. 소비자의 심리가 좋아지면 시간을 두고 소비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경기 회복이 쉽지 않다는 정반대의 지표도 있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1분기 국민소득(GNI)은 전 분기보다 0.2%, 전년 동기 대비 4.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소득은 물건을 살 수 있는 실질구매력을 보여 주는 것으로 지난해 3분기 이후 3개월 연속 감소했다. 정부가 나랏돈을 푼 결과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보다 0.1% 증가했지만 실제 국민이 벌어들인 소득은 계속 줄고 있는 것이다.

총저축률도 30%대 아래로 떨어졌고, 총투자율은 지난해 4분기 29.4%에서 1분기 26.5%로 하락했다. 투자가 늘어나지 않으면 생산과 소비가 증가하기 어렵다.

이런 정도의 1분기 성장 지표로는 2분기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견해가 많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경제연구본부장은 “4월 이후 원화 약세 등으로 외국인의 국내 소비와 고소득층의 소비가 다소 회복됐지만 전반적인 경제 회복을 말하긴 이르다” 고 말했다.

한국 경제를 지탱해 준 수출이 줄어드는 것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경기가 제대로 회복하려면 내수와 함께 수출이 살아야 한다. 하지만 지난달 수출(282억3000만 달러)은 전년 동월보다 28.3% 감소했다. 그나마 수입(230억8000만 달러)이 40.4%나 감소해 51억5000만 달러의 흑자를 냈다. 전형적인 축소형 흑자다. 아직 우리 경제의 엔진인 수출이 정상화됐다고 볼 수 없는 이유다.

최근 들어 상승세를 보이는 국제유가, 그리고 북한 핵 문제를 포함한 국내의 정치·사회적 불안이 경기 회복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유병규 본부장). 띄엄띄엄 온기가 돌기는 하지만 실감 날 정도가 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견해다.

 김원배·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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