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돼도 야스쿠니 참배는 안 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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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한국을 방문하는 일본 민주당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대표. [AFP=연합뉴스]

일본 정치권에 격변의 소용돌이가 몰아치고 있다. 1955년 이후 정권을 독점하다시피 해 온 자민당의 인기가 추락하면서 제1야당인 민주당이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총리를 선출하는 중의원 임기가 3개월여 앞으로 다가와 늦어도 8월 이전에 총선이 실시된다. 민주당이 승리하면 일본의 정치 권력은 교체된다. 집권을 노리는 민주당의 발걸음도 바빠졌다. 최근 당내 경선을 통해 민주당을 이끌게 된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62·사진) 대표를 만나 집권 전략과 민주당의 외교 방침, 과거사 인식 등에 대해 들어봤다. 인터뷰는 대표 취임 전 하토야마의 개인 집무실에서 1시간가량 진행됐다. 5일 한국 방문을 앞두고 서면인터뷰가 추가됐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하토야마 대표가 자민당 총재인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총리를 제치고 차기 총리에 가장 잘 어울리는 정치인으로 꼽혔다. 민주당의 정권 교체 가능성은 있나.

“자민당은 오랫동안 정권을 틀고 앉아 부패했다. 정책은 관료들에게 맡기고 자기들끼리는 권력투쟁, 자리다툼, 돈 나누기에만 열중했다. 민주당은 관료가 주무르는 나라를 국민 주역의 체제로 바꿔놓겠다. 집권 능력이 완벽할 수는 없지만 매니페스토(정책공약)를 통해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 ”

-대표 취임 이후 한국을 첫 방문지로 선택했다. 집권 이후 일본의 아시아 정책과 일본의 역할은.

“외교 안보의 근간은 달라질 게 없다. 일·미 동맹이 중요한데 아시아의 일원으로서 맡은 바 역할을 더욱 충실히 하겠다. 동아시아·아시아태평양의 공동체 구상을 지향하면서 교류를 확대하고, 통상·환경·에너지 문제에 대한 협력 관계를 강화하겠다.”

-한국과는 어떤 파트너십을 맺어 갈 생각인가.

“경제 분야에서는 자유무역협정(FTA)이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다. 그런데 서로 비교우위가 있기 때문에 일본은 농업을 걱정하고, 한국은 일본의 부품·소재, 제조업의 힘을 걱정한다. 그러나 FTA는 바로 시작해야 한다. 당분간 약한 부분은 일정 부분의 벽을 설정한 채 출발시키자는 것이다. 이렇게 해야 진전이 가능하다. ”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와 독도·역사 문제에 대한 인식은.

“우리는 현 정권보다 과거 전쟁의 역사 등을 더욱 직시해 반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중시한다. 민주당에도 젊은 의원들 일부는 인식의 차원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누가 총리가 되든 나를 비롯, 정권 핵심 인사가 야스쿠니를 참배할 일은 없다고 단언한다. 민주당이 집권해도 독도 문제에 대한 입장은 바뀌지 않는다. 역사적 경위를 어디까지 소급할지 모르겠지만 한국인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입장도 잘 알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감정적으로 하지 않는 것이다. 시간을 두고 대화를 통해 방향을 잡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본다.”

-내년은 한일합병 100주년이다.

“역사는 역사로서 냉정하게 직시해야 한다. 한국인에게 피해를 준 것이 많으므로 반성할 것은 해야 한다. 이제는 양국 관계가 굉장히 좋아졌으니 문화 교류, 지식인 간의 교류 등을 확대해 좋은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젊은 사람들 사이에는 문화 교류가 굉장히 활발해졌다. 얼마 전 한국 연예인의 공연을 보러 갔다. 아내가 아주 열렬한 한류 팬이어서 끌려갔는데 드라마 ‘겨울연가’에서 배용준의 연적으로 나온 박용하가 나왔다.(그는 즉석에서 전화를 걸어 부인에게 출연자의 이름을 확인했다.) 민주당이 집권하면 한일합병 100주년과 관련해 적절한 메시지를 낼 것이다. ”

-북핵 위기와 관계 개선은.

“일본과 한국은 북한 핵·미사일의 가장 현실적인 위협을 받는 나라다. 다만 같은 민족이 분단된 한국의 접근 방법과 일본의 대응은 서로 다를 수 있다. 일본이 경제 제재 등에서 한국보다 강한 입장을 취하는 경우가 있지만 대화만으로 전혀 진전이 없을 때는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일본인 피랍자 문제는 인권 차원의 문제이기도 해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 그런 다음 북한과의 국교 정상화도 추진할 계획이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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