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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장애아 보살피는 '청년 슈바이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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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 김용준(오른쪽에서 세번째)씨가 성세재활원을 찾아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오다솜양.

"의사는 자기 능력으로 남을 도울 수 있는 직업이라서 의대에 들어갔어요. 그러니 공부하느라 아무리 바쁘더라도 봉사활동을 소홀히 할 순 없죠."

최근 '제4회 청년슈바이처상'(의료 전문지 '청년의사'주관, 한국MSD 후원)의 봉사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김용준(26.단국대 의학과)씨. 본과 3학년에 재학 중인 그는 예과 시절부터 꾸준히 노인 및 장애아 복지시설에서 봉사해 왔고, 대학 측에서 방학마다 여는 정서장애 아동을 위한 캠프에도 빠짐없이 참가해온 '맘짱'청년이다.

공부하느라 잠잘 시간도 부족하다는 의대생이 봉사하러 다닐 짬이 있느냐고 하자 그는 "그래도 성적이 중간 이상은 간다. 게다가 봉사 활동을 하면서 좋은 의사가 돼야겠다는 다짐을 매번 하게 되니 이보다 더 좋은 공부가 어디 있겠나"라고 되물었다.

김씨가 이번에 쑥스러움을 무릅쓰고 '청년슈바이처상'에 응모한 동기도 2002년부터 틈날 때마다 찾고 있는 대전 성세재활원의 오다솜(6)양을 돕기 위해서였다. 상금(500만원)을 타면 척수신경 이상으로 보행이 부자유스럽고 정신지체도 있는 다솜이를 병원에 데려가 제대로 재활치료를 시켜보고 싶었던 것이다.

"재활원에 있는 아이 대부분은 부모가 있어 가끔씩 집에 갔다와요. 반면 다솜이를 비롯한 몇몇은 재활원을 떠나면 갈 곳이 없는 버려진 아이들이죠. 하루는 제가 별 생각없이 '집에 갔다가 내일 다시 올게'라고 했더니 다솜이가 '그럼 나는?'이라고 말하며 고개를 떨어뜨리더라고요." 그날 이후 김씨는 다솜이에게 특별한 애착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김씨는 고교 시절에 봉사활동과 처음 연을 맺었다. 남대전고 1학년 때 교내 기독교모임에서 우연히 장애인선교단체를 알게 됐고, 이후 이 단체 회원들이 요청할 때마다 달려가 도움의 손길을 보냈다. 그러다보니 자율학습을 빠지는 날이 많았고, 성적도 떨어져 의대에 합격하기까지 4수를 하는 아픔도 겪었다.

"전 괜찮은데 부모님께서 '봉사는 나중에 하고 공부부터 좀 하지'라며 속상해 하셨어요. 지금은 원하는 의대에 진학했고 이렇게 좋은 상도 타니까 많이 뿌듯해 하시죠."

김씨는 "앞으로 환자를 사랑으로 치료하고, 돈 버는 일보다는 남을 돕는 데 앞장서는 의사가 되는 게 꿈"이라고 했다.

신예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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