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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렬 아이디어 우먼’ 천안시 공무원 이은상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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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 습관을 가진 이은상씨는 오래된 메모를 뒤적일 때 가장 즐겁다고 한다. 천안시청 뒤 정원에서 포즈를 취했다.

“천안의 명물 호두과자 낱개 포장지에 천안웰빙식품엑스포 홍보 문구를 넣으면 어떨까요.”

천안시 재정과 계약관리팀 이은상(36·여)씨가 최근 천안시 홈페이지 정책제안방에 올린 시정 아이디어다. 아직 채택되진 않았지만 그 제안 배경이 예사롭지 않다.

“호두과자는 많은 외지인들이 천안을 방문했다가 집으로 돌아갈 때 사 갑니다. 가족·이웃들에게 선물하기 위해서죠. 낱개 포장지에 홍보 문구를 넣으면 전국의 많은 사람들이 호두과자를 먹을 때 마다 천안의 웰빙엑스포 개최 사실을 인식하게 되는 거죠. 천안의 호두과자점들이 호응해 줘야 가능한 일이지만 그 효과는 클 걸로 생각됩니다.”

이씨는 ‘맹렬 아이디어 우먼’이다. 기능9급인 그는 지난해 8월엔 시 전체 아이디어공모전에서 장려상을 탔다. 제목은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시청사’. 2층 도솔도서관에서 외부로 통하는 통로에 카페를 차리고 4층의 옥외 공간엔 휴식 및 간이 체육시설을 갖추자는 것이다. 그리고 구청 설치로 시청 사무실에 여유공간에 생기면 각종 문화예술 시설로 꾸미자고 제안했다. 이씨는 “지난해 7월 천안에 2개 구청이 설치돼 시 직원들이 많이 빠져 나갔지만 남는 사무실은 생기지 않아 저의 제안이 일부 적용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

제안 동기와 관련해서, 이씨는 “시청을 문화생활 공간으로 업그레이드 해 시민들에게 보다 친숙하고 즐거운 곳으로 다가서게 하고 싶었다”며 “상시 예술전시관이 있고 여건이 되면 상시 공연장도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래서 시 청사가 살기좋은 천안을 상징하는 명물이 되길 원한다”고 했다. 그는 시에만 아이디어를 내는 게 아니다. 3월엔 문화관광부 아이디어 공모전에 ‘야우리문화광장 확대안’을 냈다. 현재 지압길·농구장 등이 있는 신부동 녹지공간을 더 많은 사람이 이용케 하기 위해 야우리광장과 연결시키자는 제안이다. 건널목엔 구름다리를 설치해 이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하자고 했다. “그러나 주변 전문가들에게 알아보니 거기다 구름다리를 설치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하더라구요.”

이씨는 ‘열성 해외여행파’다. 해외배낭여행을 수차례 혼자 다녀왔다. 20세를 넘기면서부터 여행을 다녔다. 몇나라나 갔다왔냐는 질문에 그는 “안 가본 나라를 말하는 게 나을 것”이라며 웃었다. 그의 아이디어는 해외견문에서 비롯된 게 많다. 10여 년전 서유럽 도시들을 돌 때, 건널목 신호등에 통행가능 시간을 숫자로 표시하는 게 부러웠다고 한다. 그런데 이젠 우리나라도 여러 곳에서 시행되고 있다. 이씨는 항상 메모한다. 뭔가를 보고,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곧바로 적는다. 이 습관이 아이디어의 원천인 것이다.

글·사진=조한필 기자

◆천안시 홈페이지 ‘정책제안방’= 4월부터 확대 시행되고 있다. 종전의 공무원 내부 전산망 제안방을 시 홈페이지(www.cheonan.go.kr)에 통합 운영하고 있다. ‘열린광장’ 내 ‘열린게시판’에 인터넷신문고 등과 함께 개설돼 있다. 공무원과 시민이 함께 같은 곳에서 제안을 하도록 했다. 제안자는 실명을 입력해야 한다. 제안 내용은 아이디어 도용 방지를 위해 쓴 사람만이 볼 수 있도록 했다. 우수 제안은 7월·12월 ‘시민제안관리조례’에 따라 포상한다. 총 7명을 뽑는데 대상 한 명, 우수상 한 명, 장려상 두 명, 노력상 세 명이다. 부상으로 대상 50만원, 우수상 30만원, 장려상 20만원, 노력상 10만원이 수여된다. 우수 제안 없을 땐 선정하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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