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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모던록 복고풍 인기…미국 독주 팝시장에 신선한 바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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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3년전 영화 '시클로' 의 삽입곡으로 소개된 뒤 영화보다 훨씬 높은 인기를 누렸던 영국그룹 라디오헤드의 '크립' 을 들으면 '한국 (에서 인기끄는) 팝송' 의 조건이 보인다.

①처음 20초내에 느낌이 올 것. (그래야 방송사에서 틀어준다) ②멜로디가 분명하고 리듬은 단순할 것. ③기승전결 드라마형 구성에 클라이맥스가 있을 것. (휘트니 휴스턴.셀린 디옹의 노래를 상기하라) 흔히 '브릿팝' 으로 불리는 영국 모던록은 몽롱하고 텁텁한 맛때문에 국내정서에 맞지않는다는 속설이 있었지만 '크립' 의 성공으로 '한국팝송' 의 가능성이 인정됐다.

'크립' 처럼 드라마틱하거나, 복고적인 선율로 국내에도 어필할만한 브릿팝밴드들이 잇따라 신보를 내, 셀린 디옹.마돈나.에릭 클랩턴 등 팝스타들이 독주해온 국내차트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있다.

선봉은 '먼데이 모닝 5.19' 로 선풍적 인기를 모으는 5인조 리알토가 섰다.

멜로디가 귀에 쏙 들어오는 '먼데이…' 는 방송 수 1위에 판매고가 2만장에 육박하는 인기를 누리고 있다.

리알토는 하몬드 오르간.하프시코드.차임벨 소리등을 적소에 삽입, 드라마틱하고 비주얼한 느낌의 독특한 음악을 만든다.비틀스와 70년대팝 영향을 받은 복고풍밴드지만 시대의 변화로 새삼 새롭게 들린다.

마약을 다룬 가사가 많아 음반이 나오지 못했던 화제의 그룹 '버브' 도 최근 영국의 그래미상 '브릿어워드' 석권을 계기로 마침내 국내 데뷔했다.

마약 관련곡을 빼고 4곡짜리 EP (단축음반) 로 출시된 '비터 스윗 심포니' 가 그것. 버브는 점액질같은 기묘한 사운드로 브릿팝 매니어들사이에선 이미 컬트적 인기를 모으고 있다.롤링 스톤스의 '더 래스트 타임' 을 샘플링한 타이틀곡 '비터 스윗 심포니' 는 버브의 개성을 잘 보여준다.

끈적하고 몽롱한 보컬이 선명한 현악 배경음과 대비를 이루며 듣는 이를 소리의 수렁에 빨아들인다.

호주에서 데뷔했지만 그룹의 얼굴인 여성보컬 셜리 맨슨이 영국출신인 그룹 '가비지' 도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 에 삽입됐던 자작곡 '넘버원 크러시' 의 인기를 타고 다음달초 신보를 낸다.

어둡고 짙은 기타연주 위에 불쑥 끼어드는 기계음이 불길한 매력을 발산하는 밴드다.신보 '버전2. 0' 는 95년 데뷔앨범보다 톤이 높고 세련된 곡으로 가득하다.

또 시골장터를 떠도는 유랑악단같은 80년대 신디사이저 '뿅뿅' 사운드속에 자기만의 철학을 담는 괴짜그룹 펄프도 금주중 신보 '디스 이즈 하드코어' 를 낸다.장기인 밝고 통통튀는 사운드 대신 이번에는 가물거리는 기타연주 위에 지극히 정제된 보컬을 얹어 팬들을 놀라게하고 있다.

이들 밴드들의 대선배이자 70년대 하드록의 제왕인 그룹 레드 제플린의 리더 지미 페이지.로버트 플랜트가 프로젝트앨범 '워킹 인투 클락스데일' 을 내 올드팬들을 들뜨게하고있다.

신보는 제플린 중기시절의 명반 '하우시즈 오브 더 홀리 (73년)' '피지컬 그래피티 (75년)' 처럼 인도풍의 중후하고 신비로우면서도 좀더 난해한 음악을 들려준다.특히 타이틀곡 '모스트 하이' 는 두사람의 클래식한 연주력이 여전히 살아있음을 보여준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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