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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교사 모욕적 체벌 말썽…심한 충격에 등교 꺼리는 학생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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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아 이가 아무리 장난이 심하고 말을 안듣는다해도 아이의 바지를 벌려 물을 붓고 머리에 고무줄을 묶은 뒤 잡아당기는 모욕을 줄 수가 있습니까. " 인천시 산곡동 현대 아파트 몇몇 주부들 사이에 최근 격렬한 토론이 벌어졌다.

K고와 S중학의 일부 교사들이 말안듣는 학생에게 행한 '모욕적 체벌' 에 대한 처리방안을 둘러싸고서다.이런 체벌은 아이들에게 심한 정신적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것이 학부모들의 대체적인 의견. 안양시 한 초등학교 3학년 남학생의 어머니 박모 (34) 씨는 "장난이 심한 우리아이를 혼내주겠다며 담임교사가 반아이들앞에서 속옷을 벗겨 세워 놓은 이후 아이가 충격을 받고 학교가기를 기피하고 있다" 며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에 지난 3월 고발해 왔다.

최근 학생체벌에 대한 학부모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겉으로는 표시가 나지 않으면서도 학생들을 혼내주는 갖가지 기상천외 (?) 한 방법이 일부 교사들 간에 동원돼 물의를 빚고 있다.문제를 일으킨 학생에게 심한 모욕감을 주는 이런 변태적 체벌은 남학생 바지위로 음모잡아당기기, 눈꺼풀 까뒤집기, 귀를 잡아당겨 몸들기, 학생들끼리 서로 상대방 뺨을 연신 때리기, 브래지어끈 잡아당기기 등 다양하다.

서울 연희동 S중학의 김모양은 멋을 내느라 눈썹을 손질했다는 이유로 교사에게 눈썹을 싹 밀리는 수난을 당해 한동안 눈썹없이 학교를 다니는 고역을 치루기도 했다.

학생들의 반응은 두가지. 급우가 이런 벌을 받는 것을 본 인천시 K고의 박모 (16) 군은 "모두가 웃는 가운데 진행돼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고. 그러나 당한 학생들은 "선생님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으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며 극도로 상반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청소년 폭력예방재단의 김용대팀장은 "대부분의 학생들은 스스로 수치스럽다고 생각해 부모에게도 숨기고 속으로만 분을 삭여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 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같은 변태적 체벌은 학생에게 적개심과 분노만을 불러일으킬 뿐이라는게 의학계의 견해. "청소년기는 특히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이므로 이런 '모욕적 체벌' 은 자존심에 상처를 받는데다 자신감의 결여를 가져오기 쉬워 대인관계가 위축되며 만사에 적극성을 잃기 쉽다" 고 신경정신과 전문의 김동현박사는 말한다.

따라서 "문제 학생에게 현장에서 체벌을 가하면 교사도 이성을 잃기 쉽고 아이도 반성할 기회가 없으므로 나중에 따로 불러 잘못을 조목조목 일러주는 것이 효과적" 이라는게 서울 연신중학교 김경자교사 (44) 의 체험적 징벌론. 덕성여대 이옥교수 (아동.가족학) 는 "모욕적 체벌은 가장 잔인한 심리적 학대" 라고 못박고 "체벌은 당장은 효과가 있으나 스승에 대한 존경심보다는 분노가 앞서게 돼 학생들에 대한 바른 계도법이 될 수 없다" 고 말했다.

고혜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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