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쓰레기 갈아서 배출 … 시범운영서 일단 합격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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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음식물쓰레기 처리는 주부에게는 번거로운 일이다. 다른 쓰레기와 분류해야 하고, 집 안에 보관해뒀다가 주로 야간에 따로 배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음식물쓰레기 통을 들고 엘리베이터에 타기라도 하면 악취 때문에 이웃의 따가운 눈총을 받기 십상이다. 여름이면 그 불편이 더 심해진다.

서울시는 주부들의 이런 불편을 덜어주기 위해 지난 2월 말 노원구 공릉동 대주피오레(191세대)를 대상으로 ‘분쇄기를 이용한 음식물 하수 처리 방식’을 3개월간 시범운영했다. 각 가정의 주방 싱크대 밑에 오물분쇄기를 설치, 음식물을 흘려보내는 즉시 분쇄해 배출토록 한 것이다. 여기서 배출된 오수(汚水)는 아파트 지하 등에 마련된 시설에서 처리과정을 거친 뒤 공공 하수처리장으로 보내진다. 서울시 김경중 자원순환담당관은 3일 “ 주민을 상대로 모니터링한 결과 가정은 물론 아파트 내에도 음식물 악취가 사라지고, 분리수거의 번거로움도 없어져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강서구 서광아파트(286세대)에도 분쇄기 처리 방식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에는 ‘분쇄 후 직배출’ 방식으로 운영된다. 하수처리장 인접 지역이라 별도의 처리시설이 필요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분쇄기를 이용한 음식물 하수 처리가 일반화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흘러나온 오수가 하수관을 통해 새나갈 수도 있어 환경을 오염시킬 수 있다고 환경단체들은 반대한다. 음식물쓰레기의 자원 활용 가치가 높다는 의견도 있다. 환경부 폐자원관리과 최성락 주무관은 “음식물쓰레기의 94%가량은 재활용 원료로 쓰인다”고 말한다. 아직까지 국산 오물분쇄기가 없어 관련 법령이 마련되더라도 세대당 150만원 정도 드는 비용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문제다. 분쇄기를 이용하는 데 전기가 많이 소모된다는 지적도 있지만 한 달에 0.7㎾, 금액으로 치면 100원가량 더 나오는 셈이어서 큰 걸림돌은 되지 않는다.

서울시 김 담당관은 “주방용 오물분쇄기 보급이 제도화되면 환경 분야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뿐 아니라 악취 발생과 미관 저해 요인이 줄고 주부들이 편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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