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몸’ 건강검진 입맛대로~

중앙일보

입력

‘내몸’ 건강검진 입맛대로~
싸고 시설좋은 보건소부터, 프리미엄 맞춤 서비스까지

‘당신이 잠든 사이에-.’ 영화 제목 같은 이 문구는 업그레이드된 건강검진의 현주소를 말해준다. 잠깐 잠이 들었나 했더니 모든 검진이 끝났단다. 보건소의 검진 또한 눈에 띄게 달라졌다. 시설이나 프로그램이 병원을 무색하게 할 정도다. 건강검진의 진화, 기자가 현장체험했다.

호텔 같은 병실에서 나홀로 받는 내시경
개인별 맞춤서비스를 내세운 프리미엄 건강검진이 속속 선보이고 있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와 삼성서울병원은 CEO를 위한 건강
검진, 서울아산병원과 세브란스병원은 호텔 같은 병실에서 숙박하며 검진을 받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몇몇 껄끄러운 검진항목을 편안하게 받을 수 있는 병원도 생겨났다. 지난달 14일.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비에비스 나무병원을 찾았다. ‘찾아가는 내시경’이란 검진 프로그램을 체험하기 위해서다. 오전 8시30분. 입원절차를 밟으니 검진 코디네이터가 병실로 안내한다. 1인실이다. 작은 응접실과 부엌 등을 갖춘 공간으로 아늑함이 느껴진다.

피를 뽑은 후 검진채비를 했다. “장세척 하는 동안 탈수현상이 나타나면 바로 영양제를 놔드릴게요.” 코디네이터는 40ml 가량의 물약 두 병을 건넸다. 잔에 약과 물을 비슷한 비율로 섞어 3시간 간격으로 한 병씩 나눠 마시란다. 기존의 4ℓ짜리 정결제에 비하면 한줌에 불과해 단숨에 들이켰다. 탈수현상에 대비해 계속 생수를 마시며 장세척을 했다. 낮 12시. “지금 상태면 2시간 쯤 후에 내시경을 받으시면 될 것 같아요.” 몸 상태를 체크한 코디네이터가 검진시간을 정했다. 똑똑똑. 2시간후 내시경 검진기계가 병실로 들어섰다. 기계가 침대 쪽에 설치되자 담당 전문의가 들어 왔다.

“잠드는 게 아니라 고통스러운 기억을 잃어버리는 겁니다.” 수면내시경에 대해 간단히 설명한 후 검진에 들어갔다. 1시간 쯤 지나 눈을 뜨자 병실엔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30분쯤 흘렀을까. ‘다음 차례는 뭐지’ 생각하던 차에 전문의가 다시 병실을찾아왔다. 다 끝났다며 오전에 받은 피검사와 내시경 검진결과를 알려줬다. ‘건강진단 결과 보고서’와 차후 내시경검사 시 진단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위·대장 사진이 담긴 CD를 받는것으로 일정이 끝났다. ‘찾아가는 내시경’은 하루 또는 1박2일 동안 개인병실에 입원해 장세척부터 내시경까지 이동 없이 검사를 받고, 결과도 그날 알 수 있어 편리하다. 하지만 프리미엄 검진인 만큼 가격이 200만원 선으로 만만치 않다는게 아쉬운점이다.

보건소에서 받는 여성전용 건강검진
이제 보건소는 더 이상 예방접종하는 장소에 머물지 않는다. 지난달 15일.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서초구 보건소로 향했다. 지난해 리모델링한 내부는 일반병원 못잖게 고급스럽다. 입구에 비치된 안내책자엔 10여 개의 건강검진 프로그램이 소개돼 있다. 그 중 올해 신설된 ‘행복서초’란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그린 (30세 미만·2만5400원)·핑크(30~49세·3만5400원)·블루(50세 이상·4만1700원) 세 가지로 구성된 이 프로그램은 여성을 대상으로 한다. 이가운데 블루를 선택, 3080구민건강검진(C형간염 등 35종 검사)을 비롯해 갑상선·암표지자·골밀도·유방암 검진을 받아보기로 했다.
 
모든 검진은 2층 종합건강증진센터에서 이뤄졌다. 먼저 옷을 갈아 입고 골밀도 검사실로향했다. 기계에 올라 쿠션 위에 다리를 올려놓은 자세로 5분 쯤 누워있자니 검사가 끝났다. 골밀도검사 비용은 6700원(서초구민 한정)으로 일반병원(2만원선)보다 저렴해 대기인원이 줄을 이었다. 이어 흉부방사선실로 이동, 결핵 여부를 검진받았다. 다음 코스는 비만·고혈압 검사. 결과가 나오자마자 운동처방사가 일일이 상담을 해줬다. 마지막으로 피검사를 받는데 까지 걸린 시간은 40분. 검진을 마치고 골밀도 검사결과를 알아보기 위해 상담실로 들어섰다.

전문의는 골다공증 초기증세라며 식단과 운동에 신경 쓰라고 조언했다. 나머지 검진결과는 일주일 후 서초구 보건소 홈페이지에서 확인했다. 보건소 건강검진은 병원에 비해 확실히 저렴했다. 서비스 역시 병원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내시경검진이없었고 기본 검진 외에 원하는 특정 검진의 경우는 타전문기관을 추가이용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프리미엄 이유림 기자 tamar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