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도 기울어진 ‘피사의 등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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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울산신항 남방파제 진입로를 들어서자 기이한 모습이 시선을 끈다. 준공을 하루 앞둔 방파제에 설치된 3개의 등대가 쓰러지는 모양새다. 하지만 공사를 잘못한 게 아니다. 항만을 찾는 관광객에게 볼거리를 선사하기 위해 이탈리아 ‘피사의 사탑’을 본떠 ‘피사의 등대’(사진)를 만들었다는 게 시공회사인 현대건설 측의 설명이다.

울산신항 남방파제는 울산시 울주군 온산공단 앞바다를 둘러싸고 있다. 해안선과 평행선을 이루며 섬처럼 떨어져 있는 남방파제(길이 2.1㎞)와 육지에서 직각으로 돌출돼 남방파제 남쪽 끝과 마주보는 범월갑 방파제(600m)로 이뤄져 있다.

등대는 남방파제의 남북 양쪽 끝에 한 개씩, 그리고 범월각 방파제 끝에 1개 설치돼 있다. 높이는 25m로 모두 15도 기울어져 있다. 특히 남방파제 남쪽 끝 등대와 범월갑 방파제 등대는 쌍둥이 같은 색채와 조형미를 뽐내고 있다. 300여m 간격을 두고 서로를 향해 몸을 기울이고 있는 듯한 모습인 데다 빨간색과 하얀색으로 단장, 바다의 푸른빛과 강렬한 조화를 이룬다. 이들 등대는 5, 10m 높이에 각각 전망대를 설치해 일반인이 바다를 잘 볼 수 있도록 했다. 등대 내부의 나선형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뱃길을 안내하는 등불에 이르게 된다.

오이진 현대건설 현장소장은 “휴식공간을 갖춘, 공원 같은 미항(美港) 개념으로 건설해 달라는 발주자(울산해양항만청)의 요구에 따라 피사의 사탑 등 얘깃거리가 될 만한 디자인 개념을 설계에 포함시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울산신항 남방파제는 3개의 등대를 포함해 48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됐으며 2004년 12월에 착공, 3일 준공될 예정이다.

울산=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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