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내다보고 한국통 몽골 인재 키울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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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뒤에는 몽골이 중국처럼 뜨는 나라가 될 겁니다. 그때 가서 뒤늦게 교류하려면 늦어요. 저는 미리 지한파 인재를 육성하러 떠나는 셈이죠.”

1일 만난 최기호(67·사진) 상명대 국어교육과 명예교수는 상기된 표정이었다. 지난해 상명대 국어교육과에서 정년 퇴임한 그는 몽골에서의 제 2의 인생을 위해 7일 몽골로 떠난다. 울란바토르대학은 1993년 윤순재 선교사가 몽골국립의과대학의 강의실 2개를 빌려 한국어학당을 세운 것이 시초가 돼 현재 16개 학과 4000명 정원의 종합대학으로 성장했다. 개교 당시부터 매년 방학 때마다 몽골에서 한국을 알렸다. 그는 이 대학에서 석좌교수로 대학원생들을 가르친다.

최 교수가 몽골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그가 도쿄외국어대 대학원에서 몽골어를 배우던 1983년. 국어사를 전공한 최 교수는 “이웃 언어를 모르고서는 제대로 국어사를 알 수 없다”는 생각에 일본어·만주어를 익혔으며 세 번째로 몽골어를 배우게 됐다.

어순, 음문구조(자음과 모음의 구성), 조사 활용방식 등 한국어와 묘하게 공통점이 많은 몽골어에서 매력을 느낀 그는 90년 귀국한 뒤 한국몽골학회를 창립했다. 91년부터 10년간 몽골 현지에서 언어 조사활동도 했다. 5명의 회원으로 출발한 한국몽골학회는 인원 300명의 국내 최대 몽골 관련 학회가 됐다.

‘왜 몽골이냐’는 질문에 최 교수는 “동북아에서 한국과 협력해 비교우위를 실현할 수 있는 좋은 나라”라고 답했다. 그는 “몽골은 금·은은 물론 우라늄·석유·석탄 등 자원이 풍부한 국가”라며 “한국의 기술력·자본과 결합하면 더 빠른 발전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뚜렷한 자원 파트너가 없는 한국의 현실에서 몽골과의 협력은 좋은 기회”라며 “중국이 새로운 경제대국으로 떠올랐듯이 몽골도 15년 뒤면 경제부국이 될 것”이라며 “그 전에 한국 전문가, 한국어 인재를 많이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교 당시부터 몽골에서 한국어를 가르쳐 온 지도 16년. 이제는 교수가 된 제자들을 대하는 것도 최 교수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이 대학 한국학과 아디아수릉 교수, 나랑게렐 교수가 그의 제자. 이들은 울란바토르대에서 최 교수로부터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한국에 와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몽골에서는 한국어가 인기다. 한류 열풍으로 한국에 대한 인기가 높고,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어를 전공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9일 울란바토르에서 열린 한글날 큰잔치에는 2000여 명이 몰려들기도 했다. 최 교수는 “한국어 노래 경진대회에만 50개 팀이 몰릴 정도였다”며 “몽골 젊은이들이 ‘텔미’ 춤을 추고, 몽골 주부들이 한국어 글쓰기 대회에 진지하게 임하는 모습에 국어학자로서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글·사진=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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