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북한 사설

북한, 결국 ‘3대 세습체제’로 가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8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아들 김정운에게 권력을 넘겨주려는 모양이다. 아직 20대 중반에 불과한 아들을 후계자로 지명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당정 간부는 물론 전 주민들의 충성맹세를 유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 등 대외적으로 강경책을 구사하는 것도 후계구도를 굳히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정말 개탄스럽다. 김 위원장이 아버지인 김일성으로부터 권력을 물려받은 것 자체도 억지가 아닐 수 없다. ‘사회주의 국가’의 본질에도 맞지 않고, 국호에 들어 있는 ‘민주주의 인민공화국’과는 상극이다. 오로지 ‘김씨 가문’의 통치를 영속화하기 위해 김일성이 위협과 폭력으로 반대파를 숙청하면서 아들 세습을 강행한 것이다. 그러나 4강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얽히고설킨 국제정치의 역학관계상 이를 ‘북한식 특수성’으로 간주해 온 것이다. 그럼에도 또다시 3대 세습을 하겠다니 21세기 세계사에 웃음거리가 아닐 수 없다. ‘반제 반봉건’을 외쳐온 북한이 봉건시대에서나 볼 수 있는 세습을 연이어 강행하니 말이다.

이제 우리의 대북정책도 근본적인 차원에서 재검토를 해야 한다. 도탄에 빠진 주민들의 안위는 아랑곳없이 3대 세습이나 하고 핵과 미사일로 무장하려는 북한 지도부를 민족의 공동번영과 통일을 논의할 수 있는 상대자로 간주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직접적으로 북한 주민들의 고통과 신음을 덜어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데 대북정책의 초점을 맞추는 것도 미리 검토해 나갈 필요가 있다.

평양 지도부는 아무리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다 해도 이렇게 국제사회에서 조롱받는 방식으로 후계 문제를 해결해선 안 된다. 경제적으로, 외교적으로 북한에 절대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북한 헌법상 주권자인 ‘근로 인민’이 직접 지도자를 선출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최소한 중국식으로 노동당 내부의 활발한 토론을 거치는 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시대착오적인 ‘전제 왕정 독재 국가’의 비정상적인 틀을 벗어던지지 않고는 결코 지구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대접받을 수 없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