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증권배 세계바둑]이창호-유창혁 결승5번기 20일 첫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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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이창호9단과 유창혁9단이 격돌하는 제9기동양증권배 세계바둑대회 결승전이 오는 20일 홍익동 한국기원에 있는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시작된다.두 라이벌의 대결에서 국제대회의 경우 장기전은 이창호가 우세하지만 단기전은 유창혁이 우세했다. 이번 대회는 5번기의 장기전이다.

그러니 李9단이 우세할까. 대부분의 바둑관계자들은 李9단의 우세설에 고개를 끄덕인다.5번기처럼 여러판을 두는 결승전의 경우 李9단은 최근 몇년간 별로 져본 일이 없다.

국내 타이틀매치에서 조훈현9단에게만 가뭄에 콩나듯 한번씩 지는게 고작이고 세계대회 결승전에선 단 한번도 패한 일이 없다.이것은 곧 李9단의 실력이 세계최강이란 것을 증명한다.

단판승부라면 이변이 있을 수 있으나 길게 가면 마음에 여유가 생겨 실력을 제대로 발휘한다는 얘기다.상대방도 李9단과의 5번기에는 대개 '희망없음' 을 인정한다.지난해 봄 유창혁9단과의 LG배 결승전에서도 李9단은 3대0으로 완승을 거뒀다.그러나 劉9단이 정말 그렇게 안되는 것일까. 두사람 사이의 상대전적은 李9단 쪽이 90전61승29패로 크게 앞서있으나 국제대회에서는 李9단이 9전5승4패로 간신히 앞서있다.

劉9단이 국내대회보다는 제한시간 3시간짜리 국제대회에 더 강하다는 증거인 것이다.더구나 劉9단은 최근 2년간 중대한 고비에서 李9단에게 연속해서 치명적인 타격을 가해 왔다.

96년의 應씨배8강전과 96년의 삼성화재배 준결승전, 그리고 올해의 LG배 준결승전. 이 세번의 큰 승부에서 이창호는 劉9단에게 패해 분루를 삼켜야 했다.

결승에 올라가기만 하면 우승은 떼어논 당상인데 중도에 다른 사람도 아닌 劉9단에게 쓰라린 패배를 당하곤 했던 것이다.이런 상처가 있는 한 李9단도 그렇게 자유롭다고 볼 수 없다.

다시말해 劉9단이 매판 단판승부를 하는 자세로 임한다면 의외의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劉9단은 또 흑바둑에 강하므로 흑차례를 놓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결승 첫판은 20일, 2국은 22일. 3.4.5국은 5월 11.13.15일 벌어진다.

충암고 선후배 사이로 오랜 세월 바둑을 함께 연구해온 사이이기도 한 두사람의 대결은 바둑TV가 생방송으로 중계할 예정이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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