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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풀 욕조에 대형침대까지' 멀티방, 대학가 성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모텔 수준의 멀티방이 대학가에 붐을 일으키고 있다. 시간 당 5000~9000원, 하룻밤 2만~3만 원대면 부담 없이 모텔 수준의 시설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원래 멀티방은 PC방, 노래방, DVD방에 최신 게임기까지, 놀이 기능을 한데 합친 시설을 말한다. 그러나 일부 업소는 대형침대와 월풀 욕조, 냉장고까지 들여놓고 모텔보다 나은 시설을 자랑하며 호황을 누리고 있다.

▶모텔 같은 멀티방, 직접 가보니

서울 신촌 연세대학교 근처에 위치한 H멀티방은 주점과 음식점들 사이에 평범한 간판을 내걸고 있다. 2층으로 올라가 입구에 들어서면 ‘미성년자 출입금지’라고 써 붙인 안내문이 있지만, 신분증 확인 절차는 없었다. 신발을 벗고 슬리퍼로 갈아 신은 후 한 시간 이용 요금 8000원을 내면 카드 열쇠를 주는데, 이 카드로 두꺼운 철문을 열고 내부의 불을 켤 수 있다. 방문 쪽엔 샤워 시설을 갖춘 욕실이 있고, TV와 DVD 플레이어가 설치된 방 안엔 게임기 대신 침대가 있다. 영락 없는 모텔이다.

벽에는 식사 주문을 위한 음식점 연락처가 붙어 있고, 요금 결제만 하면 이용시간도 무제한이다. 원하는 고객에 한해 모닝콜 서비스를 해주고, 침대 모양도 선택할 수 있게 해준다. 컴퓨터엔 문서작업 등 과제에 필요한 프로그램 대신 동영상 재생 프로그램뿐이다.

이화여대 근처에 위치한 H 멀티방은 모텔에 더 가깝다. 평범한 간판에 비해, 입구에 들어서면 조각 벽화와 대리석 계단이 설치돼 있다. 이곳 역시 신분증 확인 절차 없이, 2시간 기본요금 2만원을 내면 방으로 안내해준다. 평일 밤 10시가 채 안된 시간이었지만 관리자는 “숙박 손님들이 많아 좋은 방은 빈 곳이 거의 없다”고 했다.

커플 PC와 홈시어터가 설치된 방안엔, 침구를 갖춘 대형 침대가 있고, 옆 벽면은 전체가 거울로 돼있다. 방 크기와 맞먹는 커다란 욕실엔 월풀 욕조와, 방수 침대까지 있다. 알록달록한 컬러 조명에 어두운 분위기가 멀티방과는 차이가 크다. 이곳은 주간 할인, 야간 정액, 1시간 무료 쿠폰 등 할인혜택도 있어 주머니 가벼운 학생들에겐 온라인에서 이미 유명하다.

변형 멀티방들은 계속해서 진화, 증가하고 있다.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시간 당 5000원이면 이용할 수 있는 곳도 있고, 고급 시설을 자랑하는 곳도 있다. 또 광고를 내고 길거리에서 이용권을 나눠주며 홍보에도 열을 올린다.

▶법률 규정 없어 단속 어려워

서대문구청 담당자는 28일 “일부 멀티방은 방을 빌려 주고 이용대가를 받는 전대업 형태로 사업자 등록이 돼 있고 현재 멀티방 영업에 대한 법률 규정이 없어 위생 및 안전을 점검할 수 없다"며 "게임 산업 법률을 적용하면 불법이지만, 멀티방의 난해한 특성상 해당 업종과는 차이가 많아 죄를 물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명지대 유미리 학생기자

[*이 기사는 명지대 디지털미디어학과와 조인스닷컴간의 제휴로 작성된 기사입니다. 특정 내용이 조인스닷컴의 시각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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