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인수 도화선에 불댕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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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정부가 기아그룹을 감자 (減資) 후 신주발행→공개매각의 방식으로 처리키로 한데 이어 13일 기아의 법정관리인이 선임됨으로써 기아 처리속도가 빨라지게 됐다.이에 따라 앞으로 누가 기아의 새 주인이 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후보는 현대.삼성.대우 등 국내 자동차 3사와 미국의 포드사. 이들은 지난주부터 기아 처리속도가 빨라지는 가운데 법정관리인으로 유종렬 (柳鍾烈) 효성중공업 부회장이 추천되자 '의외의 인물' 이란 반응과 함께 인수전략을 짜느라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업계 관계자들은 기아 인수전은 '현대 대 삼성 - 포드' 또는 '현대 - 대우 대 삼성 - 포드' 의 2파전으로 압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공개적으로 인수방침을 선언한 현대는 인수전략을 더욱 구체화할 전망이고, 삼성 역시 조만간 방침을 가시화할 것으로 예상된다.대우의 경우 기아의 상용차라인을 탐내긴 하지만 쌍용을 인수한 마당에 단독으로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대와 연합전선을 펴거나 아니면 막판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캐스팅 보트는 기아의 대주주 (지분율 16.9%) 인 포드가 쥐고 있다는 분석이 강하다.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도 최근 외지 (外紙) 와의 인터뷰에서 "기아 처리는 시장원리에 의해 처리하되 포드의 입장이 가장 중요하다" 고 언급한 바 있다.포드는 그동안 기아를 직접 인수할 생각은 없다고 하면서도 '지분유지.원활한 제품공급' 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포드는 기아의 증자 (增資)에 적극 참여하면서 삼성.현대중 한쪽을 새 파트너로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다만 포드가 '잠재적 경쟁자' 인 현대의 덩치가 커지는 것을 견제할 경우 기아 인수전은 '현대 대 삼성 - 포드' 의 형태가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정치.정책적인 판단이 강하게 개입될 경우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또 다른 관심은 기아의 인수가격. 앞으로의 자산 - 부채 실사 등을 거쳐 가격이 정해지겠지만 10조원 가까운 빚더미에 놓인 기아를 인수할 경우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이므로, 삼성.현대 등이 과당경쟁으로 값을 너무 높이는 사태는 피해야 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또 채권단이 인수자를 선정할 때 가격 못지않게 자동차산업의 경쟁력강화라는 과제를 중요시해야 할 것이란 지적도 있다.이밖에도 기아 인수과정에서 예상되는 기아자동차 직원들의 반발을 어떻게 해소하느냐도 관건이고, 또 경우에 따라서는 경제력집중에 대한 문제 지적 등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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