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사랑의 손잡기] 청주지검 직원들 현충원 동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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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자 할머니가 지난달 27일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된 아버지 묘소 앞에서 청주지검 직원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대전=프리랜서 김성태]

충북 청주에 사는 김예자(87) 할머니는 지난달 27일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았다. 8년 전 부모님을 이곳에 옮긴 뒤 첫 성묘였다. 거동이 불편해 혼자서는 성묘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김 할머니의 아버지 고 김동완 선생은 1919년 충남 홍성에서 만세시위를 주도했다. 해방이 되던 해 정월, 아버지는 그렇게 바라던 광복을 보지 못한 채 병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2001년 대전현충원에 애국지사 제3묘역이 준공되면서 이곳으로 사후 쉼터를 옮겼다.

김 할머니는 딸 셋에 아들 하나를 낳았다. 남편의 사업 실패로 집 형편이 힘들어지자 돈을 벌겠다며 나갔다. 남편은 20여 년 먼저 세상을 떠났다. 시집간 딸들은 1년에 한두 번 김 할머니를 찾아올 뿐이었다.

김 할머니는 정부에서 매달 나오는 독립유공자 보조금 40만원으로 근근이 살았다. 나이가 들수록 무릎 관절이 시큰해지고, 수년 전에 부러졌던 오른쪽 팔은 여전히 힘이 없었다. 할머니는 보행기에 의존해 움직였다. 노환으로 며칠이고 밥을 못 먹고 쓰러져 있다가 병원에 실려가 영양제를 맞는 일도 허다했다. 부족한 생활비보다는 사람이 그리웠다.

상가를 개조해 만든 손바닥만 한 방은 여름엔 찜통처럼 더웠고, 겨울엔 냉동고처럼 추웠다. 김 할머니는 결국 올해 초 전세금 1000만원에 딸이 준 500만원을 더해 집을 구했다. 그리고 지난달 작은 방 두 개가 있는 연립주택 1층으로 이사했다. 이사할 때만큼은 혼자가 아니었다. 청주지검 형사2부(부장 한상진) 직원들이 이사를 도운 것이다. 청소와 전구 교체, 보일러 점검 등 할머니가 하기 힘든 작업들을 직원들이 끝냈다. 이들은 법무부가 올 초 시작한 ‘사랑의 손잡기’ 캠페인의 일환으로 할머니의 손을 잡았다. 청주지검뿐 아니라 청주보호관찰소·청주교도소 등 청주지역 유관기관들은 총 12명의 독립유공자 가족들과 결연을 맺었다. 할머니의 현충원 방문길에는 청주지검 안재훈·김태훈 검사와 이정식 계장, 김영미 실무관이 동행했다. 이들은 준비해 온 과일과 포로 제사상을 차리고 다리가 불편한 할머니 대신 절을 올렸다. 할머니는 소주 한 잔을 묘 곳곳에 뿌렸다. “아버지는 술을 좋아하셨는데 오늘 실컷 잡수세요.” 김 할머니의 얼굴엔 모처럼 웃음꽃이 피었다.

박유미 기자 , 사진=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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