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서 ‘핵우산 명문화’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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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실험에 이어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카드를 꺼낸 북한에 대응하는 한국과 미국의 움직임이 부산해졌다. 우선 북핵에 대한 한·미의 견제책으로 핵우산의 공고화가 급부상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31일 “보름 뒤 열릴 한·미 정상회담 때 핵우산을 명문화하는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며 "양국 정상이 발표할 한·미 미래동맹비전에 포함시킬지, (기자회견문 등)다른 형태로 할지는 미정”이라고 말했다. 국방장관 간 한·미 연례안보협의회(SCM) 채널에서의 약속을 정상급 논의로 격상시키겠다는 게 우리 정부의 구상이다. 그만큼 북핵 문제가 발등의 불이 됐다는 얘기다.

한·미·일 3각 대북 공조도 탄력을 받는 형국이다. 싱가포르에서 지난달 30일 열린 8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 참석한 이상희 국방부 장관과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 하마다 야스카즈 일본 방위상은 “도발을 무마하기 위한 대북 보상은 절대 없을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게이츠 장관은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다”면서 “한반도 안전보장을 위해 ‘확장된 핵 억지력 제공’ 등 유사시 한반도 방위공약을 확고히 지키겠다”고 약속했다. 북핵 사용을 억제할 대응 전력인 핵우산을 거론한 것이다.

한·미·일이 이렇게 의기투합한 것은 현재의 상황을 그만큼 심각하게 보기 때문이다. 북한은 두 차례 핵실험에 이어 ICBM 발사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이상희 장관과 게이츠 장관은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 등은 핵무기와 그 운반 수단을 보유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핵개발에 이어 투발 수단까지 완성하려는 북한의 시도를 방치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이 같은 한·미·일의 대북 공조가 힘을 얻기 위해서는 중국과 러시아의 협력이 관건이다. 물론 잇따른 도발행위를 감행한 북한을 두 나라가 마냥 감쌀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또 북한 외무성이 나서 “우리 앞에서는 위성 발사가 주권국가의 자주적 권리라고 말해 놓고 유엔에서 이를 규탄하는 책동을 벌였다”며 이례적으로 중·러를 비난할 정도로 중·러는 대북 제재 동참 쪽으로 기울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하지만 여전히 대북 영향력을 유지하려 드는 중·러가 미온적 태도를 보일 경우 대북 제재 행보가 꼬일 수 있다.

◆“대북 지원 철강 처분 검토”=정부는 대북 지원용 철강재(자동용접강관) 3000t을 처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철강재는 2·13 합의에 따라 북핵 동결의 대가로 북한에 주기 위해 생산해 보관해 오던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의 추가 핵실험 등 도발이 계속되는 데다 철강이 부식하고 보관료 지출이 늘어나고 있는 데 따른 조치”라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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