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세계화 데뷔무대 될 정상회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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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1~2일 열리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는 한식 세계화의 데뷔 무대가 될 전망이다. 올 초 한식 세계화 정책의 본격 추진을 선언한 정부는 이번 회의를 한식 알리기의 첫걸음으로 삼기 위해 다양한 준비를 해 왔다. 우선 정부는 이명박 대통령 내외가 주최하는 1일 환영 만찬과 이 대통령이 참석하는 2일 정상 오찬을 모두 한식으로 차리기로 했다. 만찬으로는 정통 한식 코스가, 오찬으로는 퓨전 한식이 차려진다. 통상 정상회의에서 만찬·오찬 중 한 번만 주최국 전통 음식이 제공되는 관례를 깨고 마련된 ‘한식 연타’다. 참가국 정상들의 종교를 감안해 정부는 두 번의 한식 식사를 모두 일반식·해산물식·채식으로 나눠 꼼꼼하게 준비했다.

이 중 특히 각국 정상과 수행원까지 350여 명이 참석할 환영 만찬에서는 건배주와 만찬주로 모두 한국 전통주가 쓰인다. 2005년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만찬 때 건배주는 전통주인 ‘천년약속’이었지만 만찬주는 와인이었다. 이번 건배주는 매실주인 ‘매취순’ 12년산이고 만찬주는 청주인 ‘설화’와 제주도 특산의 증류 소주인 ‘허벅주’다.

이 대통령도 한식 세계화에 적극 나선다. 공식 개막에 앞서 31일 열린 한·태국 정상회의에선 이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의 한식 세계화 노력이 화제에 올랐다. 아피싯 웨차치와 총리가 먼저 “김윤옥 여사가 한식 세계화에 관심을 갖고 있고, 한국 정부도 노력을 기울이는 걸 잘 안다”며 “태국음식 세계화를 추진했던 ‘키친 오브 더 월드 프로젝트(kitchen of the world project)’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10월에 태국을 방문하면 관광청에 꼭 들러 태국음식 세계화에 대해 자세한 얘기를 듣겠다”고 말했다. 또 “지금은 잘 못하지만 (예전엔) 한 달에 한 번은 태국음식을 먹었다”고도 했다.

◆기업 홍보의 장 역할도=기업들은 이번 회의를 동남아 시장 확대의 계기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LG전자는 각국 정상들이 귀국해 쓸 수 있는 최신 휴대전화를 선물할 예정이다. 아모레퍼시픽도 한방 화장품 ‘설화수’ 한 세트씩을 정상 배우자들에게 주기로 했다. 두 제품 모두 세계 시장에서 호평받는 ‘명품’들이다. 또 현대차는 정상용으로 신형 에쿠스를, 배우자와 각료들을 위해선 제네시스를 행사 차량으로 내놨다. 한편 이번 정상회의 기간 중 아세안 전통 의상 패션쇼 등은 취소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국민장 직후라는 점이 고려됐다.

서귀포=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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