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악재가 경제 회복 발목 잡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한국 경제가 다시 ‘내우외환’의 벽에 갇히는 것일까.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른 회복세를 보이던 한국 경제의 진로를 좌우할 변수들이 동시다발로 등장했다. 북한의 2차 핵실험과 유가 급등이 ‘외환’이라면 노동계의 총파업은 ‘내우’다. 연세대 경제학과 김정식 교수는 “한국 경제의 회복세가 여러 가지 6월 변수로 인해 흔들릴 수 있다”며 “정부는 노사 분규와 과격 시위 등이 시장에 미칠 영향과 경제 정책 전반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3대 악재=북한의 핵실험과 군사 위협은 한국 경제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노출시킨다. 그동안 우리 경제는 북한 리스크에 대해 내성을 길러 왔지만 사태가 장기화하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투자·소비심리에 미치는 악영향을 걱정해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이미 북한 리스크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반영돼 있는 만큼 시장은 출렁이면서 제자리를 찾아가겠지만 돌발 상황에 대비해 시장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유가도 다시 한국 경제의 걸림돌로 부상하고 있다. 7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유(WTI)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뉴욕 상업거래소에서 배럴당 66.3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연중 최저치인 2월(배럴당 34달러)의 두 배 수준으로 뛰었다. 원유 시장으로 돈이 몰리는 것은 글로벌 경기 회복의 신호일 수 있다. 유가가 적당히 오르면 중동 시장 수출이 증가하는 플러스 효과도 있다. 그러나 고삐 풀린 돈이 원유 시장으로 몰리면 배럴당 100달러를 넘었던 지난해의 위기가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삼성경제연구소 이지훈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같은 가파른 상승세가 계속되면 경제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말했다.

노동계의 파업 카드도 다시 등장했다. 경제위기 속에 멈춰 있던 현장의 파업 동력이 다시 돌아가는 분위기다. 화물연대는 11일 총파업(집단 운송 거부)에 들어가겠다고 예고했다. 금속노조는 쟁의행위 찬반 투표가 마무리된 사업장에서 10일 두 시간 부분파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노동계 파업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재정부 허경욱 1차관은 “내우가 있을 때 외환이 무섭지, 내우가 없다면 외환은 얼마든지 헤쳐 나갈 수 있다”며 “지금은 경제위기 극복에 노·사·정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성대 경제학과 박영범 교수는 “노동계와 정부가 정면 대결로 치닫게 되면 겨우 회생 기미를 보이는 소비와 투자가 다시 주저앉을 수 있다”며 “노동계는 총파업 대신 고통 분담의 자세를 보이고, 정부는 사회 통합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에 계류된 비정규직법 개정안 처리도 휘발성 높은 사안이다. 정부는 7월부터 100인 미만 사업장까지 비정규직법이 확대 적용되는 만큼 법 개정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GM대우=둘 다 미국 내부 상황과 얽힌 문제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미 FTA 문제에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면 한국 경제는 상당한 힘을 얻을 수 있다. 한·미 실무진에선 FTA 협정문에 손을 대지 않는 제3의 협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파산 신청을 앞둔 GM의 국내 자회사인 GM대우 처리도 이달에 본격화한다. GM대우의 1만7000여 임직원과 700~800여 협력업체는 물론 실물경기 전반에 파장이 미치는 사안이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GM대우는 ‘굿 GM’으로 분류돼 살아남으리라는 관측이 많다”며 “이제부터 산업은행과 GM 간에 GM대우 정상화 협상이 본 궤도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렬·손해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