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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등 지방도심 상가 매매 물건 많아 '권리금 제로시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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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지난 96년부터 광주 금남지하상가 5평 점포를 빌어 의류점을 운영중인 金모 (36.여) 씨는 석달전부터 장사가 안돼 권리금 3천만원을 포기,가게를 내놓았으나 나가지 않아 난감하다.금남지하상가에만도 아예 '권리금 없음' 표지판을 내걸고 임자를 찾는 가게가 3~4군데에 달하나 문의조차 거의 없다.

광주 최고의 상권인 충장로도 과거 임대상인들끼리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씩의 권리금을 주고받던 점포들이 요즘 권리금을 크게 줄이거나 아예 없앤 채 나오고 있지만 거래가 안된다.전주시완산구효자동1가 효자농협 옆 청과물상회 (20평) 는 종전 보증금 2천7백만원, 권리금 1천만원을 줘야 입주할 수 있었으나 최근 과일가게 주인이 권리금을 포기하고 공인중개사에 내놓았는데도 감감 무소식이다.

광주시 일가공인중개사무소 백종남 (白鍾男.40) 씨는 "장사가 안되면서 임대료.인건비가 나가 점포를 붙들고 있을수록 손해이기 때문에 권리금마저 포기하면서 손을 떼려는 상인이 수두룩하다" 고 말했다.광주 등 지방도시 도심의 상가와 사무빌딩 등의 임대.매매 물건이 쏟아지면서 '상가 권리금 제로시대' 가 열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집주인이 "월세 등 임대료를 많이 깎아줄테니 제발 나가지 말라" 고 호소하거나 차량임대료를 대신 내주는 사례 등이 크게 늘고 있다.충장로5가 귀금속점 (보증금 5천만원, 월세 60만원) 운영주 李모 (41) 씨는 "최근 건물주와 재계약을 하면서 큰 기대없이 월세를 깎아달라고 했더니 두말없이 20만원을 낮춰주더라" 고 말했다.

전주시덕진구서노송동 5층짜리 H빌딩을 가지고 있는 韓모 (50) 씨는 건물 사무실 4칸에 입주해 있는 J사가 경비를 줄이기 위해 다른 사무실로 이사가려 하자 이를 무마시키려고 직원들의 차량 2대의 주차비 20만원을 매달 지급하고 있다. 이밖에 광주시서구양동 31층짜리 K빌딩 주인은 소규모 면적을 사용하겠다는 회사에 대해선 보증금없이 전액 월세로 입주시키는 등 유치경쟁이 치열하다.그런데도 도심빌딩의 공동화 (空洞化) 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광주시동구금남로5가에 지난해7월 완공된 10층의 D빌딩은 자사가 쓰고 남는 5개층에 대해 평당 2백50만원 (전세) 으로 책정했던 임대료를 1백50만원으로 낮췄으나 아직 4개층이 비어있다.지난해 12월 입주를 시작한 광주시북구중흥동의 정보통신자동화빌딩인 K빌딩 (연면적 5천3백평) 은 12개층중 2개층을 빼곤 모두 비어있다.

이해석.서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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