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금도냐 후진타오냐 … 중국어 표기 어떻게 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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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호금도(胡錦濤) 주석, 청융화(程永華) 대사’ 주한 중국대사관 한글 사이트에 떠 있는 표기다. 국가주석은 ‘후진타오’라는 중국어 발음 대신 한자음인 ‘호금도’로, 대사 이름은 한자음인 ‘정영화’가 아닌 중국어 발음 ‘청융화’로 적고 있다. 중국어 표기의 난맥상을 보여주는 현주소다.

23일 서울 순화동 중앙일보 1층 회의실에서 열린 ‘중국어의 한글표기법 문제와 대안 모색’을 주제로 한 학술회의는 이런 원칙 없는 현실 상황을 풀어보려는 목적으로 마련됐다. 중국어문학회(회장 조희무)와 본사 중국연구소(소장 유상철)가 공동 주최한 이날 모임에는 국내 중국 어문학자 100여 명이 모여 ‘중국어 발음’ 표기를 주장하는 측과, ‘한자음’ 표기를 주장하는 측으로 의견이 갈려 열띤 토론을 벌였다.

엄익상 한양대 중문과 교수는 발표문을 통해 고유명사의 경우 중국어 원음(原音)대로 표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엄 교수는 “모든 외래어 표기에 원음주의를 채택하면서 중국어만 한자음으로 적는 건 일관성 원칙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관희 상명대 중문과 교수는 한걸음 더 나아가 1911년 중국 신해혁명을 기준으로 해 그 이전은 한자음으로, 이후는 원음으로 적고 있는 현행 규정을 비판하면서 시대를 불문하고 모두 원음으로 표기하자고 했다. ‘공자(孔子)’ 역시 ‘쿵쯔’라고 표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양동숙 숙명여대 명예교수는 베이징(北京)의 ‘베이(北)’와 북방(北方)의 ‘북(北)’이 다르게 표기되는 혼란을 지적하면서 “한자에 대한 우리 고유의 음을 지키지 못하고 현대 중국음을 여과없이 받아들이면, 서양 언어의 침투보다 더한 혼란스러운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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