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WalkHolic] “걸어서 서울 ~ 도쿄 ‘평화의 길’ 만들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2면

 서울서 도쿄까지 걸어서 간다. 일단 서울에서 출발해 부산까지 걸어간 뒤 배를 타고 쓰시마 섬을 거쳐 일본 남부 규슈 지역에 도착한다. 그런 다음 자동차 편으로 오사카까지 간 뒤 그곳에서 도쿄까지 걸어서 간다. 402년 전 1차로 일본에 파견됐던 조선 통신사 일행 400여 명이 걸었던 길이다.

‘21세기 조선통신사’가 그 길을 다시 걸었다. 한국체육진흥회와 일본걷기협회가 조선통신사 파견 400주년이던 2007년에 이어 두 번째로 연 ‘조선통신사 옛길 한·일우정걷기’ 행렬이 지난달 1일 서울 경복궁을 출발했다. 이달 20일 일본 도쿄 왕궁 앞에 도착했다. 거리는 총 1145km. 50일이 걸렸다. 이번 행사에서 21세기 조선통신사 정사(최고책임자) 역을 맡아 이 구간을 완보하고 돌아온 선상규(63·사진) 한국체육진흥회 총재를 만나 50일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선 총재는 1984년 (사)한국체육진흥회를 만들어 ‘걷기 운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2007년에도 완보했다. 다음은 서울로 돌아온 그와의 일문일답.

-몇 명이 참가했습니까.

“첫날 한국인 20명과 일본인 28명이 출발했고, 마지막에는 22명이 남았습니다. 서울~부산 524km를 20일 동안 완보한 사람은 한국인 10명과 일본인 28명이었습니다. 오사카~도쿄의 621km까지 풀코스를 완보한 사람은 한국인 6명과 일본인 16명이었습니다.”

-참가자의 연령대는 어떻게 됩니까.

“대부분 60대 이상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74세, 일본에서는 79세가 최고령이었는데 두 분 모두 완보했습니다.”

-일본 현지 반응은 어땠습니까.

“중간 중간에 참여한 사람이 많았습니다. 일본에서는 지역마다 매일 50명 넘게 동참해 함께 걸었죠. 특히 재일동포들의 관심이 대단했습니다.”

-인상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서울에서 오사카까지 동행한 67세의 재일동포 2세가 있었어요. 일본에서 태어나 처음 한국땅을 밟았다고 합디다. 항상 자신을 ‘태평양에 떠있는 존재’로 생각하며 살아왔다더군요. 그분이 한국에서 걷던 어느 날 ‘나에게도 고국이 있었구나’라고 눈물을 글썽일 때 모두 함께 울었습니다.”

-조선통신사의 발자취를 찾을 수 있었습니까.

“한국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지만 일본에서는 수백 년 전 조선통신사가 걸었던 ‘조선인 길’이 곳곳에 고스란히 살아있더군요. ”

-앞으로의 계획은.

“2011년은 조선통신사 파견이 중단된 지 2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저는 20일 도쿄 왕궁 앞에 도착한 뒤 인사말을 하면서 ‘서울서 도쿄까지 조선통신사가 걸었던 이 길을 2011년에는 평화의 길로 만들자고 제안했습니다. 그 해 세 번째 21세기 조선통신사를 파견할 겁니다. 그 행사가 ‘평화의 행렬’이 되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겠습니다.”

노태운 기자

◆조선통신사=조선의 임금이 일본 바쿠후(幕府·무인정권)의 최고권력자인 쇼군(將軍)에게 파견한 공식 외교사절이다. 조선왕조실록에는 통신사 또는 일본통신사로 기록돼 있다. 조선은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가 1603년에 세운 에도(江戶) 바쿠후를 상대로 임진왜란이 끝난 지 10년 만인 1607년(선조 40년)부터 1811년까지 모두 12차례 통신사를 파견했다. 조선 전반기에도 통신사라는 이름의 대일 외교사절이 1428년(세종 10년)부터 1590년까지 다섯 차례 파견됐 다. 통신사는 양국의 문화 교류를 촉진하고 평화 공존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