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수, 외국서 연구프로젝트 따내 외화벌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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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달러도 벌고 이름도 날리고 - .외화난을 겪고 있는 요즘, 해외에서 연구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대학교수들이 부쩍 늘어 화제. 서울대 무기재료공학과 유한일 (柳漢一) 교수는 지난달 중순 독일 훔볼트재단으로부터 향후 3년계약으로 10만마르크 (약 1억원) 상당의 연구비를 받게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지난해 말 연료전지에 관한 기초연구 계획서를 낸 것이 채택된 것. 연료전지는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각광받는 첨단 분야다.

동국대 기계공학과 곽문규 (郭文圭) 교수도 최근 미 (美) 공군연구소로 부터 2만5천달러짜리 연구 계약을 따냈다.

내년초까지 1년예정으로 진행될 연구내용은 인공위성용 태양전지판의 전개운동에 관한 것. 지금까지 제대로 규명이 안된 전개운동을 밝히는 것이 그의 임무다.

과거 미국에서 관련 연구를 해본 경험이 인연이 됐다.

한국과학기술원 윤덕룡 (尹德龍) 원장은 올 초 미국의 GE사 (社) 와 항공기 재료성능에 관한 연구를 연장계약했다.

지원되는 연구비는 3만달러. 내년에도 재계약할 가능성이 크다.

이들 외에도 과학기술원의 김만원 (金萬源.물리학과) 교수, 서울대 최양희 (崔陽熙.컴퓨터공학과) 교수등이 이미 외국 기관으로 부터 위탁받은 연구를 진행중이거나 외국과의 연구계약이 성사단계다.

이같은 외국 연구프로젝트 수주붐은 불과 5년여전만 해도 매우 드물었던 현상. 한국과학기술원의 한 관계자는 "최근 수년새 40대 교수들을 중심으로 한두건씩 해외 수주를 타진하는 현상이 나타나더니 올초만해도 이미 3건이나 계약이 완료됐다" 면서 추가계약이 잇따를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이를 국내 과학이 양적.질적으로 도약단계에 접어든 징후로 보고 있다.

실제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과학논문의 수가 5년여전만해도 3천편에도 못미쳤으나 지난해의 경우 7천편 안팎에 이를 정도. 국외 프로젝트 수주는 또 미국.일본.유럽연합 등 발주국이 다양하고, 연구분야도 생물.물리.기계 등 여러분야에 고루 걸쳐있어 국내 과학계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학 관계자들은 "전국적으로 수십건의 외국 프로젝트가 국내에서 진행되고 있을 것" 으로 추산한다.

서울대 한송엽 (韓松曄.전기공학) 교수는 "배우느라, 기술을 사오느라 그동안 외국에 돈을 많이 쏟아부은 것을 서서히 찾아올 때가 된 것 같다" 고 말했다.

김창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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