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 링컨에서 참치 양식만큼 흥미로운 건 와인이다. 이곳에서 참치로 돈을 번 터비 가문은 97년 포도밭을 사들여 ‘링컨 에스테이트’라는 양조장을 세웠다. 이후 참치와 어울리는 와인을 만드는 데 힘썼다. 특히 소비뇽 블랑 70%와 샤르도네 30%를 배합한 독특한 스타일의 화이트 와인엔 ‘그 맛이 참치회와 잘 어울린다’ 하여 ‘사시미(Sashimi·사진)’란 이름을 붙였다. 사시미 와인은 순식간에 일본 고급 레스토랑의 명물이 됐다. 링컨 에스테이트의 킴 터비 수출 담당 매니저는 “초밥집이 많은 도쿄 긴자 거리에 가면 한 집 건너 한 집꼴로 우리 와인을 만날 수 있다”고 했다.
호주 와인은 눈길을 끄는 캥거루 레이블에 부담 없는 가격의 ‘옐로 테일’로 한때 세계 와인 시장의 블루 오션을 개척했다.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드러난 역효과였다. 싸구려 이미지가 생긴 데다 와인 공급량까지 넘치자 값이 더욱 떨어진 것. 하지만 최근 일부 양조장들이 기존 상식을 깬 제조·마케팅 기법으로 틈새 시장을 공략하며 부활할 조짐이다. 이들은 코르크 대신 스크루캡을 사용하고, 산도를 높이려고 레드 와인에 화이트 와인을 약간 첨가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서울 인터컨티넨탈 호텔의 김동헌 사장은 와인 마시는 자리가 있으면 호주 와인을 자주 추천하는 편이다. 그는 “유럽 와인보다 부담 없이 접근하기 편하고 또 웬만한 사람이면 좋아할 만한 맛을 갖췄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엔 프랑스 그랑크뤼나 미국 컬트 와인 못지않게 고급 호주 와인도 인기다. 와인 애호가인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은 “예전엔 프랑스의 좋은 와인을 가끔 마셨지만 요즘은 너무 비싸졌다. 얼마 전 호주 와인을 마셨는데 품질이 뛰어나 놀랐다”고 말했다.
손용석 포브스코리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