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배순훈 정보통신부장관 "기업식으로 행정펴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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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배순훈 (裵洵勳) 정보통신부장관은 요즈음 지방순시때마다 스스로 만든 교육프로그램을 갖고 특별강의를 하기 바쁘다.요지는 공무원들도 경영마인드를, 그것도 정부의 효율을 높이려면 민간기업을 능가하는 경영마인드를 가져야 한다는 것으로 지방순시가 일단락되면 본부직원들에게도 곧 1백명단위의 그룹별로 강의를 할 예정이다.

새정부의 민간기업인 출신 장관다운 발상이자 행동이다.3일로 취임 한 달을 맞는 裵장관을 만났다.

- 기업체에서 탱크주의를 강조하던 裵장관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장관취임후 얼굴이 굳어지고 웃음도 적어졌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장관이 된 후 생활은. 또 정부에 들어와서 본 기업과 공무원조직의 차이가있다면 무엇인가.

"공무원생활이 아직 생소하고 적응에 노력하다보니 긴장이 되고 얼굴도 굳어지는 모양이다.밖에서 보던 것과는 달리 들어와보니 공무원조직에 자질이 뛰어난 사람이 많은데 새삼 놀랐다.민간기업의 경우 경제적효율성에 중점을 두지만 행정조직은 여기에 공공성까지 고려해야한다.그만큼 업무수행이 간단치않다는 얘기다.그렇다고 봉급을 많이 줄 수도없다면 공무원들이 긍지를 갖고 일하게 하는게 중요하고 사회에서도 이점을 잘 인식해 줬으면 한다."

- 민간기업의 경영인을 각료로 발탁했을 때는 정부가 기대한 역할이 있었을 것이다.

그 역할을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민간경영기법을 행정조직에 접목해 관료조직에 창의성과 활력이 불어넣어보라는 것으로 받아들이고있다.행정서비스도 상품인 만큼 다양한 서비스개발에 나서겠다.또 정통부를 철저히 투자효율성에 맞추어 운영해 행정조직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어볼 생각이다."

- 새정부의 화두 (話頭) 는 무엇보다 수출확대와 외국인투자유치인 것같다.국내 통신업계에 대해서도 외국기업들도 관심이 많다.현재 2000년까지 33%로제한된 외국인투자한도를 늘릴 계획은 없나.

"외국자본을 끌어들이기위해 투자한도를 늘려야 하고 장기적으론 제한을 철폐해야 한다고본다.그러나 한국에 들어올 기업들이라면 당연히 세계적 경쟁력을 갖췄을 것이고 국내 기업이 이들과 동등하게 경쟁하기는 힘들다.따라서 국내기업들에게 어느정도 우선권을 부여, 대비할 시간은 주어야한다."

- 국내통신업체들은 지분소유한도제한때문에 뚜렷한 주인이 없고 때문에 기술개발투자를 하고싶어도 과감히 못하는등 문제가 적지않다.

우선권을 주겠다면 먼저 이런 지분제한부터 풀어야 할 것 아닌가.

"그렇다.먼저 지분제한부터 확대한뒤 통신시장개방의 폭을 넓히는 것이 바람직한 진행이라고 본다."

- 국내 통신사업의 경쟁체제에는 문제가 적지 않다.선발주자인 한국통신과 후발주자간에 시내.시외.국제전화요금책정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이 많다.경쟁을 더 과감하게 유도할 생각은 없는가.

"통신시장의 경쟁은 더 심화돼야 한다.

후발업체들이 한국통신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위해서 한국통신에 못지 않은 투자를 해야하고 자기자본비율을 높여 재무구조도 개선해야 한다.정보통신사업에 새로 진출하려면 그만큼 각오를 가져야하며 과거처럼 남의 돈만 빌려 투자하는 식으로는 실패할 수 밖에 없다.또 정부도 한국통신만 편들 생각도 없지만 동시에 통신요금을 규제해가면서 후발업체를 무조건 보호하지도 않겠다."

- 새정부는 수익성없는 공기업은 과감하게 팔겠다고 말하고 있다.

한국통신도 매각할 의사가 있나.

"공기업이 어떤측면에서 보면 재벌기업보다 더 문어발인 경우도 있다.그러나 문제는 공기업도 수익성이 있어야 팔린다는 점이다.한국통신도 자체 구조조정이 필요하며 민영화문제는 일단 한국통신이 주식시장에 상장됐을때 투자자들이 몰릴 수 있는 수익성을 갖춘 이후에야 가능하다고 본다."

- 최근엔 경제가 나빠지면서 물류문제가 정책우선순위에서 밀린 듯하다.하지만 물류정보화야말로 시급한 일인데 좋은 대책이 있는가.

"싱가포르에선 94년 항만이 처리한 물동량은 일년새에 배로 늘었다.그렇다고 항구시설을 늘어난 것도 아니다.항만의 하역시스템을 구축해서 해결한 것이다.기존의 물류시설을 가지고도 정보화시스템구축을 통해 투자효율만 높인다면 현재의 물류문제를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다.해당부처와 협의해서 물류정보화도입에 적극 나서겠다.우선 우정사업부문에 물류시스템을 도입해 우정사업을 수익성있는 사업으로 유도할 계획이다."

- 감사원의 PCS (개인휴대통신) 특감이 끝났다.

이제 시시비비를 가리는 일은 감사원과 검찰 몫이 됐다.하지만 정통부가 사업자를 많이 선정해 과잉투자를 불러왔다는 논란은 그대로 남아있는데.

"우리나라의 통신서비스수요로 볼때 현재 이동전화업체들이 투자해 놓은 설비를 모두 활용할수 있다고 본다.PCS사업자가 3개로 많다는 말들이 있지만 충분히 수요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사견 (私見) 으로는 이동전화업체들이 많다고 보지않는다.하지만 앞으로 이동전화업체가 예상수익을 따져본뒤 서로 M&A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 밀레니엄버그 (컴퓨터 2000년표기문제) 해결이 현안이다.일부 외신에는 이미 때가 늦었다는 얘기도 들린다.대책은.

"총리실에서 범정부적 조정을 하고 있고 정통부는 기술적인 지원에 힘쓰고있다.아직 시간이 늦지 않았다.경각심을 불어넣으면서 대책마련에 나서면 충분하다."

(정리 = 하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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