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플루 방역 ‘유학생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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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방학을 맞아 유학생들이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신종 플루(인플루엔자A/H1N1)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27일 미국 유학생 한 명이 확진환자로 판명됐고 또 다른 유학생은 추정환자로 분류됐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날 “미국 텍사스에서 10개월간 어학연수를 마치고 20일 귀국한 22세 한국 여성이 신종 플루에 감염된 것으로 26일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이 여성은 귀국한 지 3일이 지난 23일 기침 등의 증세가 나타나 보건소에 자진 신고했고 26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또 26일 미국 뉴욕과 샌프란시스코에서 입국한 19세 남자 유학생과 38세 여성은 추정환자로 분류됐다. 남자 유학생은 여름방학을 맞아 한국에 들어왔다고 한다. 38세 여성도 시간강사로 강의하다 귀국했다.

보건복지가족부 정은경 질병관리과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서울 강남의 한 어학원 소속 영어 강사로 입국한 30세의 남아공 남자가 확진환자로 판명됐으며 이 사람이 다른 지역에 다녀온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로써 강남 어학원 집단 감염자는 20명으로, 국내 전체 감염자는 29명으로 늘었다. 남아공 출신 영어 강사는 16일 입국할 당시에는 증상이 없다가 24일 증상이 나타났다. 국내에 들어온 뒤 동료 강사들한테 2차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정은경 과장은 “여름방학을 앞두고 유학생이 대거 귀국하는 데다 방학을 앞둔 국내 어학원에 취업한 외국인 강사 입국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며 “지역사회 유행에 대비해 환자를 조기 발견할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27일부터 미국과 캐나다 현지 라디오와 미주지역 3개 매체, 인터넷 사이트에 안내 광고를 내기로 했다. 이 광고에는 ‘의심 증상 발생 시 보건소 신고’ 등의 내용을 담은 ‘입국 시 주의 사항’을 담을 예정이다. 미국 현지 대사관이나 영사관들도 동포 유학생을 대상으로 홍보를 강화할 계획이다. 정 과장은 “미국 등 위험지역에서 입국한 사람들은 귀국 후 신종 플루 잠복기인 7일 동안엔 활동을 자제하고 자택에 머물러 줄 것을 권고한다”며 “전국 읍·면·동 단위의 의료기관과 학교 감시 체계를 강화해 지역사회 유행을 조기에 찾아내겠다”고 덧붙였다.

복지부는 보건소만으로 발열 환자를 조사하기가 벅차기 때문에 민간 의료기관이 신종 플루를 진단할 수 있도록 신속 진단 장비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종합병원은 신속 진단장비(RT-PCR)를 보유하고 있는 데가 많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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