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할인점 급매물 60여곳, 임자없어 자구노력 차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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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백화점 매물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으나 거래가 이뤄지지 않아 유통업체들의 자구계획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대형 유통업체가 부도.화의신청.매출 부진으로 팔려고 내놓은 백화점.할인점 급매물은 줄잡아 60여개. 그러나 지금까지 진로 청주점과 울산 주리원백화점 두 곳만 새 임자를 만났고, 그레이스백화점의 경영주가 바뀌었을 뿐 나머지는 수개월, 심지어 1년 이상 '매물' 꼬리를 떼지 못하고 있다.

뉴코아그룹의 경우 백화점.킴스클럽을 합쳐 34개 점포를 모두 내놓았으나 한 곳도 거래가 성사되지 않고 있다.

뉴코아 관계자는 "지난해 말 LG그룹 등과 얘기가 오갔으나 올들어서는 문의 전화마저 한 건도 없다" 며 "원매자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고 한숨지었다.

나산그룹이 서울 수서지구에 세우려던 로즈데일백화점은 빛도 못본 채 매물 신세가 됐고, 할인점 나산클레프는 프랑스 프로모데스와 협상을 벌이고 있으나 가격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다.

미도파는 상계본점을 제외한 메트로.청량리.춘천점과 전주점 부지를 내놓았고, 한화유통 갤러리아 잠실점은 노른자위 땅이지만 아직 구체적인 진전이 없다.

한화측은 2천2백억~2천5백억원 정도에 매각할 계획을 세우고 홍콩 등 외국업체와 물밑 접촉을 벌이고 있다.

진로그룹은 한화유통 부회장을 지낸 한국하이퍼마트 가갑손 (賈甲孫) 사장에게 청주점을 넘겼으나 아크리스백화점과 의정부 점포를 매각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청구블루힐.건영옴니.쁘렝땅백화점과 한신코아 본점.광명점.성남점.대전점도 매물로 나와 있다.

지방에서는 인천 희망, 부산 태화.세원.신세화.미화당.유나, 광주 화니, 울산 올림푸스, 마산 성안백화점이 새 주인을 찾고 있다.

매물을 내놓은 백화점 관계자는 "살만한 유통업체를 돌며 한 점포만이라도 골라 잡아달라고 통사정하지만 허탕치기 일쑤" 라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 민중기 (閔仲基) 유통이사는 "IMF한파로 대형 유통업체들이 기존 점포의 공사마저 연기하는 판에 점포 매입에 엄두를 낼 만한 국내 기업은 찾기 어려울 것" 이라며 "외국 유통업체로 눈을 돌려야 할 것" 이라고 말했다.

이종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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