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서 과소비 부추긴다…14만원짜리 제주도탐사 은근히 유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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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서울종로구의 D고교 1학년생 자녀를 둔 주부 朴모 (44) 씨는 최근 '이해하기 힘든' 가정통신문을 학교로부터 받았다. 가정통신문에는 "매년 1학년을 대상으로 제주도에서 탐사활동을 해왔다.

탐사활동은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교육과정이다. 올해는 경제난으로 학부모 의견을 수렴하려 한다. 다른 지역을 가면 10%의 경비절감 효과가 있지만 학습효과등 측면에서 제주도가 효과적이다" 라고 씌어있었다.

탐사활동은 6월중 제주도에서 2박3일동안 해양.지질부문을 조사하며 예상 소요경비는 13만~14만5천원. 朴씨는 "경제난으로 실업자와 부도가정이 속출하고 있는데 제주도 탐사활동이라니 기가 막혔다. 원하는 지역이 있으면 적으라고 했지만 학교가 제주도를 유도하고 있는데다 반.이름까지 적게 해 아이가 불이익을 받을까 할 수 없이 제주도를 적었다" 고 털어놨다.

학교측은 그러나 "대부분 학생이 제주도를 원했고 10여만원의 경비쯤은 웬만한 가정에서는 충분히 부담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밝혔다. 국제통화기금 (IMF) 시대를 맞아 일부 학교들이 교복물려주기등 거품빼기에 나섰지만 상당수 학교들은 여전히 이를 외면, "학교는 'IMF 무풍지대' 인가" 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서울상계동 O고교는 올해 신입생 체육복을 남색으로 지정, 2.3학년이나 졸업생으로 부터 종전의 흰색 체육복을 물려입으려던 신입생들은 3만원씩을 들고 남색 체육복을 구입해야 했다.

신입생 학부모 梁모 (41.여) 씨는 "아이가 이웃에서 얻은 흰색 체육복을 입고 갔다가 복장검사에서 지적받고 울며 돌아왔다" 고 말했다. 인근 S중.O중학교는 학년별로 체육복 색상을 정해 물려받기를 원천적으로 봉쇄했다. 학교측은 "색상을 정하지 않으면 누가 몇학년인지, 우리학교 학생인지 몰라 학생지도에 어려움이 많다" 고 주장했다.

이에앞서 서울시 교육청은 지난해 3월 학부모 부담을 줄이기 위해 체육복 자율화를 결정하면서 학교측이 학년별로 특정색의 체육복을 지정하면 학교장을 문책키로 했으나 결과적으로 유명무실해진 셈이다. 그런가하면 서울상계동 C고교는 올해 청색에서 붉은색으로 학교마크를 교체, 교복에 부착하도록 했으나 학교지정 교복판매소는 마크를 따로 팔지않고 교복과 함께 팔았다.

이에따라 서울YMCA에서 교복을 구입했던 신입생 학부모 朱모 (41.무직) 씨는 14만원을 들여 새로 교복을 사줘야 했다. 올해 교복을 교체한 서울시내 11개 중.고교중 서울상고.서울정보산업고등 8곳은 신.구 교복 혼용을 권장한 서울시 교육청 권고를 무시하고 새로운 교복만을 착용토록 했다. 또 많은 학교들이 6만~7만원이 드는 수학여행을 3만원선인 수련장으로 대체하고 있지만 이달중 서울 덕원예고등 8개 고교는 경주, 광운전자공고는 설악산으로 수학여행을 가기로 했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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