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 보완 어디부터 손대야 하나]비용·노선·기술 전면 재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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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감사원의 '전면재검토' 발표로 불 붙은 경부고속철도 중단여부 논쟁이 대통령의 '고쳐서 계속하라' 는 지시로 매듭을 짓게 됐다. 그러면 무엇을 고쳐야 할까. 감사원은 21일 ▶사업비가 4조5천8백72억원이나 더 소요돼▶사업의 경제성을 나타내는 내부수익률 (IRR) 이 11.9%밖에 안되며▶채산성을 나타내는 재무적 수익률은 7.41%에 불과해 "개통후 20년이면 누적흑자를 실현할 수 있다" 던 교통개발연구원 분석결과를 "시간이 갈수록 적자만 누적된다" 는 결론으로 바꿔버렸다.

이 발표후 여론은 지금까지 들인 돈을 '결손처분' 하고 당장 중단하자는 쪽이다 (26일 SBS - TV 조사) . 그렇다고 '중단' 이 쉬운가.

한 전문가는 경제성이 없다는 지적에 그렇게 수요가 많은 서울~부산간에 경제성이 없다면 아마 전 세계 교통경제학자가 모두 웃을 것이라며 "경제성이 없는 게 아니라 없게 만든 것" 이라고 주장한다.

▶최고 시속 3백50㎞라는 마력에 취해 선로를 무리하게 곧게 펴 산이 나오면 굴을, 논.밭이면 고가구조물을 만들고▶무거운 차량을 들여오면서 터널.구조물을 더 크고 튼튼하게 바꾸느라▶역사를 주민이 반대한다고 지하에, 또는 필요없이 대규모로 짓고▶수요가 별로 없는 곳을 경유하느라 노선을 우회하고 길이를 늘렸으며▶기술자들이 괜찮다는 상리터널 우회를 쉽게 결정하는 등 경부고속철도 공사비.공기 (工期) 는 턱없이 늘어났다.

졸속계획.무리한 추진으로 점철된 경부고속철도사업의 경제성이 있을 리 없는 건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다. 건설교통부.한국고속철도공단은 물론 '계속추진' 의사를 굽히지 않는다. 그렇다고 '과욕이 부른 과거 잘못' 을 고칠 생각도 없다.

돈이 없으면 '대구까지' 만, 더 없으면 '대전까지' 만 하며 사업량 (量) 조정대책뿐이다. 그러나 '길이 조정' 으로도 경제성이 안나오니까 수요를 과다하게 추정하고 공사비를 누락시킨 것으로 봐야 한다.

그러나 부산까지 안 가는 고속철도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경부고속철도사업 수정방향은 차량.노선.기술을 전면 재검토해 경제성을 높이는 일이다. 공사비를 대폭 줄이면 재무적 타당성은 절로 생긴다.

덧붙여 사업관리를 민간에 맡기면 비용을 더 낮출 수도 있다. 빚이 걱정되면 외국투자가를 찾아 아예 모두 맡겨보는 방법은 더욱 좋다. 공단이 국내에서 채권을 발행해봐야 금리를 견딜 수 없고, 자칫하면 서울지하철처럼 빚을 계속 얻어 운영해야 하는 애물단지를 만들 뿐이다.

재원조달 방안이 확실하지 않은데 "어떻게 되겠지" 하며 공사를 계속하는 건 나중에 재앙을 부른다는 생각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누가 고쳐야 하는가. 지금까지 참여했던 전문가에게 신선한 결론을 기대하긴 어렵다. 고속철 건설에 관련되지 않았던 새로운 국내외 전문가를 고용해 시간을 충분히 주고 '실명제' 로 검토하는 방안이 좋을 듯싶다.

음성직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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