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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 앞 분향소 2시간 넘게 기다려 조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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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시민들의 행렬이 서거 나흘째인 26일에도 이어졌다.

서울시내 분향소 가운데 가장 붐비는 곳은 덕수궁 대한문 앞. 이 일대는 임시 분향소가 처음 설치된 23일 오후부터 연일 추모 인파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경찰 추산으로 이날까지 5만 명이 넘는 조문객이 대한문 앞 분향소를 찾았다.

특히 많은 인파가 몰리는 때는 점심 시간이다.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조문을 하고 있다. 그러나 “두 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조문할 수 있다”는 말에 발길을 돌리는 이도 많았다. 회사원 박성철(35)씨는 “점심을 빨리 먹고 왔는데도 조문하기 힘들 것 같다”며 “퇴근한 뒤 다시 찾겠다”고 말했다. 조문객이 늘어나자 분향소는 한 번에 10명씩 분향을 받고 있다. 전날까지만 하더라도 한 번에 6명씩이었던 방식에서 바꾼 것이다. 상황실 관계자는 “기다리다 발길을 돌리는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배려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조문객은 분향소에 다녀간 흔적을 곳곳에 남기기도 했다. 대한문 앞에서 서울시립미술관 앞까지 이어진 덕수궁 돌담길에 있는 가로수엔 노란색과 검은색 리본이 달려 있다. 노란색은 노 전 대통령을 상징한다. 검은색은 그를 추모하는 의미라고 한다. 이 리본에는 조문객이 적은 추도사가 깨알 같은 글씨로 적혀 있었다. 조문이 끝나고 돌아가는 시민들도 인근 공중전화박스에 가슴에 찼던 검은색 ‘근조(謹弔)’ 리본을 빼곡히 붙여 놓았다.

정부에서 마련한 서울역사박물관 분향소에는 일반 시민뿐 아니라 정·재계 인사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이날은 LG그룹 구본무 회장, 양승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김덕룡 민화협 대표상임의장, 손병두 서강대 총장, 송광수 전 검찰총장, 이수영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등이 분향소를 찾았다. 노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 때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지냈던 권성 언론중재위원회 위원장도 모습을 나타냈다. 최태원 SK 회장과 임직원 등도 헌화를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나흘째인 26일 한시민이 노 전 대통령의 사진을 덕수궁 돌담에 붙이고 있다. [김성룡 기자]

 ◆시민단체 27일 서울광장에서 추모 행사 예정=참여연대와 환경운동연합 등 25개 시민단체는 27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노 전 대통령 추모 행사를 개최할 계획이다. 단체 관계자는 “서울광장에 분향소를 설치해 시민들이 자유롭게 조문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기 원하는 많은 시민을 위해 좀 더 넓고 안정적인 공간인 서울광장을 택하게 됐다”며 “서울시와 정부는 서울광장을 당장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서울광장 봉쇄는 풀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지금까지 전경버스를 서울광장 주변에 일렬로 주차시키는 방법으로 출입을 통제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날 덕수궁 대한문 분향소 앞에 세웠던 버스는 대부분 철수시켰다. ‘분향소 주변을 버스로 포위하는 것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서울광장을 차단한 것은 일반 시민이 아닌 일부 정치적 의도가 있는 단체들이 추모 분위기를 악용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며 “27일 시민 추모 행사에서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장주영 기자 ,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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