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대졸 26만명 일자리 없어 운다…전체 실업의 40% 육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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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지난달 서울의 명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盧모 (27) 씨 등 고교동창생 4명은 24일 밤 술자리를 갖고 서로의 처지를 위로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盧씨 등 신규 대졸자 3명은 취업문을 두드릴 기회조차 얻지 못했고 지난해말 대기업에 입사한 나머지 한명도 무기한 발령유보 조치로 청년실업자 신세가 됐기 때문. "9백점이 넘는 토익점수를 확보하는 등 취업준비를 철저히 하고 전공을 직장업무에 접목시켜 보려던 꿈이 물거품이 됐다" 는 자탄은 술잔이 거듭되면서 정부에 대한 성토로 변해갔다.

대졸자들이 줄줄이 실업자로 전락하는 사상 최악의 취업난 속에 정부의 실업대책은 회사를 퇴직한 전직 (轉職) 실업자에게만 집중돼 신규 실업자들은 고용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올해 대졸자 31만7천여명 가운데 절반가량인 16만명이 신규 실업자에 편입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나 일선 대학 취업창구의 분석은 이보다 훨씬 비관적이다.

연세대 김농주 (金弄柱) 취업상담주임은 "24일 현재 올해 대졸 취업자는 5만5천명 정도" 라며 "발령이 유보된 경우도 많은데다 대기업의 상반기 신규채용도 거의 없을 것으로 보여 취업률은 30% 수준에 머무를 것" 이라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신규 대졸자의 취업률은 평균 65%선을 유지했었다.

이에 따라 졸업후 1년 이상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취업재수생을 포함하면 대졸 청년실업자 수는 전체 실업자의 40% (50만명.실업자 1백30만명 기준)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을 대책없이 방치하면 프랑스.독일 등의 경우처럼 사회불안세력으로 성장할 수 있으며 기업의 혈액순환도 제대로 되지않아 국가경쟁력 상실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 지난달 K대 법학과를 졸업한 金모 (26) 씨는 "이제 자격증을 딴다 해도 일자리가 보장되는게 아니어서 학교 주변 술집에는 취업을 아예 포기하고 대낮부터 술을 마시는 졸업생들로 가득하다" 고 말했다.

이훈범·박신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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