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 문화, 온라인 타고 온 누리 퍼져가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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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지난달 중순 포털사이트 ‘다음’의 ‘희망모금’ 사이트에 “12살 어린 피겨선수 소연이의 해외전지 훈련비를 도와달라”는 모금 청원의 글이 올라왔다. 유망주지만 훈련비가 없어 쩔쩔 매는 박소연양의 처지를 알게 된 한 네티즌이 도움을 청한 것. 네티즌들은 20일 만에 580만원의 전지훈련비를 모아 전달했다. 덕분에 박양은 다음 달 전지훈련을 떠날 수 있게 됐다.

① 다음의 독도 광고 캠페인 모금 전달식 장면. ② NHN이 개최한 ‘해피빈 희망 뮤지컬’ 관람 행사. ③ SK텔레콤의 ‘1004 사랑나눔’ 안내문.

인터넷과 휴대전화를 이용한 온라인 기부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일상에서 늘 가까이 하는 정보기술(IT) 서비스들을 통해 손쉽게 기부를 실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액도 100원에서 수백 만원까지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 특정 사이트를 클릭하거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만으로 기부가 되는 경우도 있다. 사이트나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이 사용 실적에 따라 기부 금액을 대신 내주기 때문이다. 휴대전화나 신용카드의 마일리지를 기부금으로 전환하는 방법도 있다.

온라인 기부 서비스가 가장 발달한 곳은 포털 업계다. 네이버와 한게임을 운영하는 NHN은 ‘해피빈’이라는 기부 포털사이트를 운영한다. 네티즌들은 평소 네이버 메일을 쓰거나 특정 이벤트에 참여해 얻은 ‘콩’을 이 사이트를 통해 원하는 단체에 간접 기부할 수 있다. NHN이 콩 1개당 100원을 해당 단체에 지급하는 것. 이 사이트를 통한 기부액은 2006년 16억원, 2007년 22억원, 지난해 50억원 등으로 급증하고 있다. 사업 규모가 커지자 NHN은 14일 아예 재단법인 해피빈을 설립했다. 오승환 초대 이사장은 “네티즌 참여와 관련 사업 규모가 늘어 이를 전담할 조직이 필요해진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네티즌이 직접 모금 주제를 제안하는 ‘희망모금’ 사이트를 2007년 개설했다. 개인은 물론 단체도 참여 가능하다. 서명이나 댓글을 통해 간접 기부하는 것뿐만 아니라 휴대전화·계좌이체로 직접 기부할 수도 있다. 실제로 지난달 말 ‘전미란’이란 아이디(ID)를 쓰는 네티즌은 네 살배기 어린이의 간이식 수술비 모금에 500만원을 쾌척했다. SK커뮤니케이션즈는 온라인 사회 참여 공간인 ‘사이좋은 세상’을 운영한다. 이를 통해 사회공헌 단체들과 네티즌을 직접 연결한다. 2000여만 명의 네티즌 회원이 850여 곳의 공익단체와 ‘일촌’을 맺어 갖가지 활동을 펼친다. 2005년 말부터는 사이버 머니 ‘도토리’로 특정 단체를 후원하는 소액 기부 사업도 하고 있다.


포털이 아닌 일반 기업들도 홈페이지를 활용한 기부 활동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삼성생명 홈페이지의 ‘소망램프’ 사이트엔 도움이 필요한 어린이 두 명의 사연이 매달 올라온다. 네티즌은 사연을 읽고 ‘공감 클릭’을 누르는 것으로 기부에 참여한다. 공감클릭 한 번마다 아동 1인당 500만원의 기본 후원액에 1000원이 추가 지원된다. 아동 1인당 기부 한도는 1000만원이다.

KT&G복지재단의 경우 ‘수화게임’이나 ‘틀린 그림찾기 게임’에 참여하면 점수에 따라 후원금이 적립된다. 삼성카드도 홈페이지에 ‘사랑의 펀드’ 사이트를 운영한다. 네티즌은 삼성카드 포인트나 신용카드 결제를 통해 기부에 참여한다.

이동통신 업계는 무선인터넷을 통한 모금 활동에 적극적이다. 대표적인 것이 SK텔레콤의 ‘1004 사랑 나눔’ 캠페인. 네티즌이 무선인터넷 네이트의 기부 사이트에 접속해 레인보우 포인트나 OK캐쉬백 포인트를 기부하면 이를 현금으로 환산해 각종 사회단체에 기부한다. 김영범 매니저는 “이 캠페인으로 2005~2008년 4년간 총 2억6500만원을 모아 월드비전·유니세프 등에 기부했다”고 전했다.

이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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