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녀가 지었다는 ‘오 교장댁’ 저기 있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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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한옥마을의 고택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

은행나무 길의 ‘동락원’은 주인이 아들의 중학교 입학 기념으로 지었다고 전해진다. 처음에는 가정집이었으나 규모가 커 관리가 힘들어지자 한국은행, 기전여대 등으로 주인이 바뀌었다. 솟을대문에 행랑채·사랑채·안채의 구조를 지녀 전통 한옥의 운치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오교장 댁’은 10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조선말기 궁녀가 고향인 전주로 내려와 지었다고 해서 ‘궁녀의 집’으로 불리기도 한다. 10년 전만 해도 앞뜰에 큰 모과나무가 있어 한여름 동네사람들에게 쉼터 역할을 하고, 가을이면 풍성한 열매를 안겨주곤 했다.

미닫이·여닫이 등 문이 49개나 되는 ‘문 많은 집’의 사연도 흥미롭다. 진안에 살던 천석꾼 한씨가 자녀 교육을 위해 지은 집이라고 전해진다. 문이 너무 많아 명절이 다가오면 떼낸 문짝을 하천에 갖고 나가 씻어야 할 정도였다.

‘교동 선비의 집’은 1000㎡의 넓은 터에 안채·사랑채·행랑채·앞뜰·뒤뜰을 고루 갖춘 반가형 주택이다. 한시·글씨에 조예가 깊은 한학자가 선비들과 함께 모여 강학을 하고 시를 지어 교유하던 곳이다. 주인이 바둑 고수였던 까닭에 조남철·이강일·정동식 등 이 지역 출신의 바둑 명인이 사랑채를 거쳐 갔다.

‘우물 좋은 인생복덕방’은 70여 년의 세월을 지켜낸 아담한 한옥이다. 마당에 우물이 하나 있는데, 어머니가 여기서 물을 길어 키운 콩나물로 자식들을 대학까지 뒷바라지 했다고 한다.

전주시는 관광객들에게 이들 집과 사람에 얽힌 사연을 풀어내 들려주는 이야기 투어를 운영하고 있다. 한옥마을을 제대로 배우며 이해하고 여행할 수 있도록 하자는 배려에서 지난해 시작했다.

경기전 해설투어는 매일 오전 11시, 오후 2시, 4시 등 3회 진행한다. 문화관광해설사가 하마비, 태조 어진, 전주 사고(史庫) 등을 함께 돌면서 유래와 역사적 의미를 설명해준다. 골목길 투어는 주말과 공휴일에만 오전 10시, 오후 1시·3시 세 차례 한다. 20명이상 단체 관람객일 경우 평일에도 운영한다. 문의 (063)282-1330, 287-1330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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