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 스캔들 끝없는 공방전 '오뚝이' 클린턴 대반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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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전 백악관 자원봉사 직원 캐슬린 윌리의 성추행 폭로 증언으로 곤경에 처한 클린턴측이 총반격에 나섰다.

잇따른 성추문에도 불구하고 효과적 대응으로 결정적 화살을 피해나가던 클린턴 진영으로선 이번 윌리의 폭로가 꺼져가던 불길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기 때문이다.

클린턴 진영의 대응방향은 윌리의 '신뢰성 흠집내기' .어차피 결정적 증거 확보가 어려운 성추문 사건의 성격을 감안할 때 폭로자들을 '못믿을 사람' 으로 몰고 가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이 백악관측의 계산인 것이다.

클린턴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 보브 베넷은 16일 저녁 (현지시간) CNN과의 회견에서 윌리의 폭로 동기가 자신의 자서전 판매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넷 변호사는 "윌리측의 대니얼 게커 변호사가 한달전 OJ 심슨의 자서전을 발행한 로스앤젤레스의 출판업자 마이클 바이너에게 접근, 윌리의 자서전 출판을 요청했다" 고 밝혔다.

베넷은 "게커는 윌리가 TV에 나와 클린턴의 성추행 사실을 폭로하면 책은 날개돋친듯 팔릴 것이라고 바이너를 설득하면서 원고료의 선금으로 최소한 30만달러를 요구했다" 고 폭로했다.

죽은 남편 에드워드 윌리가 남긴 27만4천달러의 빚에 쪼들린 윌리가 '장삿속' 으로 폭로를 결심했다는 주장이다.

백악관측은 이와 함께 자신을 클린턴 대통령의 '넘버 원 팬' 이라고 표현한 윌리의 편지를 공개하며 "클린턴 대통령에게 배신감을 느껴 폭로했다" 는 윌리의 진술에 의문을 제기했다.

윌리는 성추행이 있었다는 93년 11월 이후에도 15통의 편지를 보냈다고 백악관측은 밝혔다.

백악관측의 이같은 반격이 얼마나 잘 먹혀들었는지는 아직 의문이다.

17일 미 ABC방송의 여론조사 결과 미국인 59%가 클린턴 대통령이 성적인 잘못에 연루됐다고 믿는 반면 성적으로 결백하다고 믿는 사람은 30%밖에 되지 않았다.

또 대통령의 진실성.도덕성을 묻는 질문에서는 60% 이상이 부정적 응답을 한 반면 클린턴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 는 답변은 50%에 지나지 않았다.

이런 수치는 재임 이래 최악의 수준이다.

더구나 야당인 공화당은 클린턴 대통령에 대한 탄핵절차를 위해 하원에 특별위원회를 새로 구성하는 문제를 놓고 당내에서 논의를 벌이고 있다.

그렇지만 수많은 스캔들 직후 지지율이 떨어졌다가 시간이 지나면 다시 회복된 지금까지의 전례에 비춰 볼 때 '클린턴의 위기' 를 논하기엔 아직은 시기 상조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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