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대통령 '취임후 경험담'…"사사건건 간섭 관료주의가 큰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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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은 18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취임후 20여일간의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金대통령은 국무위원들에게 "50년에 걸친 타성과 악습은 결코 간단치 않다" 며 개혁의 고삐를 늦추지 말라고 당부했다.

金대통령은 관료주의의 대표적 폐해로 시화호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다음은 金대통령 언급 요지.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말하겠다.

개혁에는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여러가지 저항도 있고, 과거의 습관때문에 (사람들이) 납득안하는 경우도 있다.

여러분은 각 부에서 개혁의 지도자가 돼야한다.

개혁은 철저한 민주주의를 이 땅에 실현시키는 것이다.

공무원들이 타성에 젖어 잘 안따라오는 경우에도 설득을 해야 한다.

단순히 징계나 회초리만으론 안된다.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모든 것을 간섭하는 관료주의가 문제다.

정부의 국사와 민원을 끝도 없이 끌고 가는 관료주의가 경제발전을 저해한다.

책임은 안지고 눈치만 보는 나태함도 결국 일을 망친다.

힘없는 서민에게만 세금을 많이 내게 하는 부패도 일을 망친다.

시화호 예만 보더라도 공무원으로서 책임을 갖고 일하겠다고 생각했다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업무보고를 들었는데 모두 성실하고 좋은 내용이다.

그러나 나열식이어서 중점이 무엇인지 부각되지 못했다.

내일부터는 중점사항을 부각시키고 나머지는 별도로 처리했으면 한다.

한꺼번에 모든 것을 다할 수는 없다.

올 상반기나 올해의 중점사업을 부각시켜 달라. (대통령직인수위가 마련했던) 1백대 과제에 대해선 소관부처 국무위원들이 검토해 가급적 수용하되 문제가 있는 것은 보완하라. 4월중에 1백대 과제를 채택하도록 검토해 달라. 실업때문에 자살하고 아이들 우유도 사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전국무위원이 실업문제에 매달려야 한다.

실업문제를 해결하면 앞날의 희망을 가질 수 있다."

金대통령은 이에 앞서 '북풍' 문제의 신중한 처리와 적극적인 남북대화 입장을 강조했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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