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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극적인 역사 이어질까 걱정”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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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소식에 시민들은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주요 포털 사이트와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추모 글이 이어졌다. 대부분은 노 전 대통령의 명복을 빌었다. 일부는 검찰의 무리한 수사를 비판했고, 다른 일부는 노 전 대통령의 극단적인 선택을 아쉬워했다.

수만 명 인터넷에 추모 헌화
대부분 “믿을 수 없다” “충격적이다”며 안타까워했다. 다음 아고라에 추모 서명란이 개설돼 오후 7시 현재 모두 8만8000여 명의 네티즌이 헌화했다. 네티즌 ‘성공’은 “이제 편안한 시간 되시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적었다. ‘몽련’은 “참담한 마음을 가눌 길 없다. 부디 마음의 짐을 벗어버리시고 가시길 바란다. 애통하고 원통하다”고 애도했다.

조인스닷컴 등 주요 언론 사이트의 속보에 수백 건의 댓글이 달렸다. 네티즌 ‘casabl21’은 노 전 대통령의 유서를 인용하며 “삶과 죽음은 하나의 운명이다. 무거운 짐을 벗고 좋은 세상에 가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네티즌 ‘rene’는 “가장 많은 국민들의 사랑을 받은 분”이라며 “당신의 바람처럼 모든 진실이 드러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역 텔레비전 앞에는 하루 종일 시민들이 모여 뉴스 속보에 귀를 기울였다. 김관태(30·서울 성북구)씨는 “비리 의혹을 받고 있었지만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청렴했다고 생각한다”며 “충격적이고 가슴이 먹먹하다”고 말했다. 주부 신숙자(55·전남 순천시)씨는 “너무 불쌍하고 안됐다”며 “살아서 진실을 밝힐 수도 있었을 텐데 왜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 부처 사무관 김모(35)씨는 “당혹스러울 뿐”이라며 “검찰에 대한 반감이 정부 정책 불신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회사원 박원태(38·서울 마포구)씨는 “전직 대통령이 이렇게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한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며 “비극적인 역사가 이어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남 배려하는 마음 회복해야”
회사원 조영민(43·경남 창원시)씨는 “아침밥을 먹다 서거 소식을 들었는데 착잡해 밥이 넘어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씨는 “검찰이 전직 대통령을 제대로 예우하지 않고 무리하게 수사를 밀어붙였고 언론에서 ‘1억원짜리 시계’를 보도하면서 노 전 대통령의 자존심에 상처를 냈을 것”이라며 “검찰과 언론이 이번 사태에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 택시 기사는 “노 전 대통령이 이렇게 떠나면 (검찰 수사 등) 그동안 진행돼온 일이 어떻게 되겠느냐”며 “대통령을 지낸 사람이 이런 식으로 생을 마감하는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친노 진영을 비판해온 서울대 박효종(국민윤리) 교수는 “너무 충격적이고 참담하다”며 “노 대통령이 한국 정치에 이바지한 부분을 제대로 평가받기도 전에 이 같은 비극적인 결정을 하다니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연세대 김호기(사회학) 교수는 “이러면 안 되는 것 아닌가. 이 말밖에 할 수 없다. 평소에 알고 계셨던 분이기 때문에…”라며 말끝을 흐렸다. 오탁번 한국시인협회장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경위야 어떻든 전직 대통령의 서거에 모두 애도하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남을 배려하고 이해하는 민족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화려한 행사들 취소하기로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애도의 뜻으로 23일 잠실과 문학·대구·광주 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경기에서 치어리더를 없앴고 요란한 앰프를 사용하지 않았다.

서울시는 24일 청계광장에서 열기로 한 가족의 달 행사인 ‘별별가족 한마당’ 행사를 취소했다. 2015년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유치위원회는 23일 광주광역시청 앞에서 열기로 했던 유치 기원 철야 응원제를 취소했다. 강릉단오제위원회는 24일 밤 강릉단오제 개막식의 불꽃놀이를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강기헌 기자 emc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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