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데이, 디시전메이커를 위한 신문"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23일 양산 부산대병원 영안실 앞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해 당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왼쪽은 이강래 원내대표. 김상선 기자
한나라당은 이날 오후 2시 비상최고위원회의를 소집했다. 정몽준 최고위원과 안상수 원내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애도 차원에서 기립 묵념을 했다. 안 원내대표는 “비보에 우리들 모두 충격에 싸여 있다. 국민도 지금 매우 비통해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노 전 대통령과 사시 동기(17회)이기도 한 그는 “사법연수원 동기이고 친구인데 너무나 당혹스럽다”고 토로했다.
최고위는 이날 정부에 “노 전 대통령의 장례 절차에 최대한 예우를 갖춰 달라”고 요청하기로 결정했다. 중앙 당사에 근조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 조윤선 대변인은 “애통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논평했다. 당 지도부는 회의를 끝낸 뒤 곧바로 부산대병원에서 조문했다.
호주를 방문 중인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도 일정을 취소하고 급히 귀국길에 올랐다. 박 대표는 이날 호주의 한 연구소를 방문하던 중 소식을 전해 듣고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에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24일 도착하는 대로 조문할 예정이다.
여권 내부엔 파장을 놓고 고심하는 흐름도 있다. 노 전 대통령의 극단적인 선택과 그가 남긴 말, 검찰 수사 중인 상황이 한데 어울려 민심을 뒤흔들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오늘 만난 사람들 대부분이 ‘너희들은 잘한 게 뭐냐’고 따지는 걸 보면 역풍이 만만치 않겠다”고 말했다. 여권에선 노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뿐만 아니라 현 정부에 비판적인 인사들도 이참에 결집하는 게 아닌가라는 얘기도 나왔다. 올 초 용산 철거민 사망 사건과 지난해 촛불시위와 같은 일이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였다. 친이 핵심 의원은 “(이명박 정부가) 당분간은 아무것도 못 하게 생겼다”고까지 말했다.
민주당은 더욱 비통했다. 이날 긴급지도부회의에서 중앙 당사는 물론 시·도 당사에도 분향소를 설치키로 결정했다. 향후 당 일정도 모두 취소했다.
정세균 대표는 “상주(喪主)가 된 입장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고 김유정 대변인이 전했다. 김 대변인은 회의 결과를 전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 말할 수 없는 충격과 슬픔을 금할 길 없다”고 논평했다.
당 지도부를 포함, 야당 인사들이 속속 부산대 병원과 봉하마을 빈소를 찾았다. 한명숙 전 총리와 문희상 전 대통령 비서실장,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이 포함됐다. 일부 인사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현 정부를 향한 격한 비난도 나왔다. 김 대변인은 “누가 무엇이 왜 전직 대통령의 비극적 최후를 맡게 했는지 국민과 역사는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의 측근인 안희정 최고위원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노 전 대통령과 참여정부 인사들에게 폭력과 린치를 가했다”며 “이명박 대통령, (당신이) 원했던 결과가 이건가. 검찰, 당신들이 원한 결과가 이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사실상 정치적 타살”이란 표현까지 썼다. 조문 과정에서 정 대표 일행은 노 전 대통령 지지자들로부터 “뭐가 잘나서 왔느냐”란 욕설을 듣기도 했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노 전 대통령의 불행한 서거 소식에 충격에 빠져 있을 국민 여러분께도 안타까운 슬픔과 당혹감을 전하며, 이번 사태가 초래할 수도 있는 모든 가능성에 큰 걱정과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서거가 국민 간에 대립과 분열이 격화되는 도화선이 되기보다 서로 이해와 화해의 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형오 국회의장은 애도 성명에서 “충격과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우리 역사에 이런 불행한 일이 일어나선 안 된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국회 차원에서도 노 전 대통령의 장례를 비롯한 사후 절차에 만전을 기하도록 지시했다.
고정애·백일현·선승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