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아들이 전경 갔다면 그렇게 죽창 사용했겠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강호경 일경 가족은 강 일경의 얼굴이 노출되는 것을 꺼려 얼굴 윤곽이 드러나지 않게 사진을 처리했다. [부산경찰청 제공]

“밤마다 잠꼬대를 해요. 죽창이 눈을 찌르는 악몽을 꾼다면서… 얼마나 가슴이 아픈지….”

22일 오후 부산시 서구 동대신동 동아대 병원 7층의 한 병실. 서울경찰청 제1기동대 15중대 의경인 강호경(21) 일경의 병상을 지키던 어머니 장순덕(50)씨는 병실을 찾은 김중확 부산지방경찰청장에게 하소연했다. 강 일경은 16일 대전에서 벌어졌던 민주노총 시위를 막다가 ‘죽창’에 눈을 찔려 입원 중이다. 얼굴이 누렇게 뜬 강 일경은 왼쪽 눈에 하얀색 플라스틱 안대를 했다.

의경으로 근무하다 2년 전 제대한 강 일경의 형(24)은 “동생이 찔린 건 죽봉이 아니라 뾰족하게 깎았거나 여러 갈래로 날카롭게 갈라진 죽창으로 보인다. 실명하지 않기만을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김 청장은 “국가를 위해 근무하는 젊은이들이 다치는 일이 더 이상 일어나서는 안 된다”며 “우리(경찰)가 아드님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위로했다.

이날 ‘전·의경 부모 사랑모임’ 부산지역 회원 3명도 병문안을 왔다. 이름을 밝히길 거부한 한 부모는 “기가 차고 가슴이 아프다. 눈물밖에 안 나온다. 우리 아들은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갔다” 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 어머니는 “아들을 전경에 보내놓고 하루도 불안해서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다”며 “내 아들이 다친 것 같아 달려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어머니는 “(시위대가)자기 아들이 전경에 갔다면 그렇게 죽창을 사용했겠느냐”고 되물었다.

강 일경은 “시위대가 터뜨린 소화기 연기가 피어 오르자 끝이 갈라진 대나무가 날아들었다”며 “방패로 막느라 정신이 없어 눈을 찔린 것도 몰랐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16일 대열의 맨 앞에서 시위대와 대치하고 있었다. 얼굴 앞쪽에 보호철망이 달린 구형 방석모를 쓰고 있었다. 하지만 죽창의 갈라진 끝 부분은 철망의 틈을 파고 들어 왼쪽 눈을 찔렀다. 순간 그의 왼쪽 눈에는 대나무 조각과 깨진 방석모의 보호철망 조각이 박혔다. 강 일경은 “구급차에 타고 난 뒤에야 왼쪽 눈이 보이지 않는 걸 알았다 ”고 설명했다.

강 일경은 부상 직후인 충남대 병원에 실려가 응급수술을 받았다. 그때만 해도 “일주일가량 통원치료를 받으면 된다”는 소견이었다. 그러나 동아대병원에서 정밀진단을 받은 결과는 달랐다. 왼쪽 각막이 손상되면서 눈동자 아래 뼈인 안와골이 부러졌고 눈물샘과 눈꺼풀도 다쳤다. 주치의 안희배 교수는 “경과를 지켜봐야 2차 수술 여부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김상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