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 죽은 소나무 경남서만 80만 그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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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경남 밀양시 의 한 야산에서 시청 직원이 고사한 소나무 군락지를 가리키고 있다(왼쪽 사진). 고사한 소나무는 단풍이 든 것처럼 붉은색으로 변했다. 밀양=송봉근 기자

22일 오후 경남도청 인근 창원시 사파동 뒤 비음산. 산길을 10여 분 올라가자 전기톱 돌아가는 소리가 ‘왜~엥’ 하며 골짜기를 울린다. 길을 벗어나 경사가 심한 비탈을 다시 5분쯤 올라가자 인부 4명이 크고 작은 소나무를 잘라내 2m 길이로 토막내느라 땀을 뻘뻘 흘린다. 잘려나간 소나무는 잎이 누렇게 말라 있다.

인부 이병희(62)씨는 “수십 년은 됐을 소나무가 말라 죽은 걸 보니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또 다른 인부 오영식(50)씨는 “소나무가 얼마나 많이 말라 죽었는지 작업을 해도 끝이 없다”고 한숨지었다.

창원 정병산·봉림산·천주산도 말라 죽은 소나무로 마치 단풍이 든 것처럼 울긋불긋하다. 밀양·창녕의 경우 신대구부산고속도로나 국도 24호선을 달리다 보면 산이 온통 벌겋다. 창원시 산림과 신성종(34)씨는 “능선을 따라 경사가 심하거나 암반이 있는 곳에서 소나무가 많이 죽었다” 고 말했다. 경남도에 따르면 도내 20개 시·군 중 14개 시·군에서 3422㏊(79만5000그루 추산)의 소나무가 말라 죽었다. 3월 초 경남도가 산림청에 보고한 면적(282㏊)의 10배가 넘는다. 지역별로는 거제(410㏊ 30만7000그루), 밀양(144㏊ 18만4000그루), 사천(350㏊ 8만4000그루)이 심한 편이다.

해안가 소나무도 예외는 아니다. 하동군은 19일 금남면 노량리 주차장에서 인부 83명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고사목 완전 제거 결의대회’를 열었다. 하동군은 금남면 대도리 대도·농도·장도, 중평리 솥도·나물도, 대치리 돌도·장목도 같은 섬과 해안가의 피해가 크다. 하동군 장금성(57) 산림보호담당은 “고사목을 방치하면 솔껍질깍지벌레나 재선충 같은 각종 병해충의 온상이 될 수 있어 30일 안에 완전히 제거하자는 뜻에서 결의대회를 했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는 전남·전북과 강원도 등 80여 개 시·군의 300만 그루가 고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피해가 늘자 산림청은 김남균 산림보호국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교수·공무원 등 32명으로 ‘소나무 가뭄 피해 대책협의회’를 구성했다.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겨울철 이상 고온과 가뭄이 겹친 것을 고사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가을 태풍이 없었고 겨울 강우량 역시 최근 10년 사이 가장 적었다. 국립산림과학원 임종환(47) 박사는 “겨울 날씨가 따뜻해 소나무의 증산작용이 활발했으나 가뭄으로 수분이 부족해 말라 죽었다”며 “겨울철이 따뜻한 경남에 피해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북대 홍성천(67·임학과) 명예교수는 “바람이 많고 수분이 부족하기 쉬운 능선과 바위 지대에 피해가 많은 것도 가뭄과 관계 있다”고 말했다.

토양과 관련 있다는 분석도 있다. 경남도 황용우(56) 산림녹지과장은 “토양층이 두터워 수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는 화강암 지대인 산청·함양·거창은 피해가 거의 없고 토양층이 얕은 편모암·퇴적암이 많은 밀양·거제·창녕 등에 고사가 많다”고 밝혔다.

이명수 산림청 산림병해충과장은 “소나무 간벌, 고사 지역 대체 수종 식재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창원=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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