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노사 합심해도 힘겨운데 총파업이라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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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노사분규 양상이 심상치 않다. 지난 주말 화물연대가 운송거부를 결의한 이후 민주노총 산하 조직들이 줄줄이 파업 채비를 갖추고 있다. 15만여 명의 조합원을 거느린 금속노조는 20일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중앙노동위에 조정신청을 냈다. 2만5000여 건설노조는 27일부터 상경 투쟁을 벌일 계획이다.

이제 겨우 위기탈출 기미가 보이나 했더니 경제회생의 두 축인 기업과 노조가 한판 싸움을 벼르는 형국이다. 특히 대화는 제쳐둔 채 무리한 요구로 판을 깨려는 강성 노조가 문제다. 운송 중단과 건설현장 마비를 위협하며 경영계를 압박하고 있는 화물연대와 건설노조의 요구사항은 특수고용직에 대한 노동3권 보장 등이다. 금속노조의 경우도 근로조건 개선보다는 비정규직 문제 등 정치이슈에 집착하고 있다. 법적 근거가 없는 특수고용직의 노동 기본권 보장이나, 정부도 해결하기 힘든 비정규직 문제를 사측이 어쩌라는 말인지 답답하다.

국가 위기에 아랑곳하지 않는 강성 노조들의 이런 행태들을 보면 수출 10위권인 우리가 어째서 국가경쟁력 면에서 열등생을 면치 못하는지 이해가 간다. 엊그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국가별 경쟁력 순위에 따르면 한국의 노사관계 생산성은 57개국 중 56위로 나타났다.

노조는 이익단체다. 집단의 이익에 골몰하는 것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지금은 국가가 심각한 경제위기에 처해 있는 엄중한 시기다. 서로 싸우다가도 주먹을 풀고 힘을 합쳐 대처할 때다. 얼마 전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언급했듯이 경기회복은 아직도 멀다. 국제통화기금(IMF)도 글로벌 경제가 일러야 내년 하반기에 정상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더구나 IMD 조사에 따르면 전반적인 국가경영능력을 감안한 우리 경제의 위기탈출 능력은 57개 국가 중 29위에 불과하다. 경쟁국인 싱가포르는 물론이고 카타르·말레이시아에도 뒤진다.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노사분규가 벌어진다면 위기 극복은 연목구어(緣木求魚)일 수밖에 없다. 특히 화물연대 운송거부로 인한 물류대란이 재연된다면 우리 경제는 더 이상 비빌 언덕도 없다.

노조들은 이성을 찾고 대화에 나서기 바란다. 현실성이 있는 요구라면 기업이 먼저 수용하는 아량을 베풀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 곧 고통분담이다. 어제 대한상의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 국민 88.6%가 정치파업에 반대하고 있다. 이런 국민의 뜻을 거스른다면 기다리는 것은 파국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