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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하르토 새 내각 어떻게 짰나…반개혁 '족벌경제' 되레 강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수하르토 대통령의 취임 첫 작품인 조각이 대부분 자신의 측근이나 가족들로 이뤄져 국제통화기금 (IMF) 의 반발을 사고 있다.

수습을 모색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경제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다.

수하르토 대통령이 14일 단행한 조각규모는 36개 각료직 중 22개. 그러나 새로운 장관 대부분을 개혁지향적인 인물보다 개혁대상인 인물로 포진시켰다는 게 IMF의 판단이다.

우선 자신의 맏딸 시티 하르디얀티 루크마나 (49) 를 사회문제담당장관으로 앉혔는데 이는 그동안 IMF가 요구하고 있는 족벌체제 개혁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IMF식 개혁을 거부하겠다는 간접적인 의사표시나 다름없다.

또 수하르토의 금고지기이며 골프친구인 모하메드 봅 하산 (67) 은 대외무역을 관장하는 무역산업장관, 아들 친구인 파우드 바와지에르 전 국세청장을 재무장관에 기용했다.

특히 중국계로선 처음으로 인도네시아 각료 자리를 차지한 봅 하산은 목재.합판업을 독점하면서 광산.언론.철강.자동차 등 다방면에 걸쳐 사업을 벌이고 있는 이른바 수하르토 족벌경제의 핵심인물. 더구나 물가폭등 이후 인도네시아 주민들이 중국계 상점에 대한 무차별 방화를 계속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그의 경제핵심장관 기용은 사회안정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바와지에르의 재무장관 기용 역시 친서방 개혁론자인 마리에 모하마드를 경질하고 등용한 것이어서 수하르토가 문제의 고정환율제 도입을 포기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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