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비상장 알짜기업 찾기 분주…달러유입 청신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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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주식투자에서 상당한 차익을 챙긴 외국인들이 우량기업을 골라 직접 출자 (出資)에 나서고 있다.

기업가치는 우수하지만 신용공황으로 자금난에 빠져 허둥대는 기업들을 '진흙속 진주 캐듯' 재빨리 찾아나선 것이다.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미국.홍콩.대만 등 일부 외국계 기관투자가들이 성장성이 유망한 기업을 대상으로 출자 또는 융자 방식으로 활발하게 직접투자를 모색하고 있다.

이같은 방식의 투자처를 찾고 있는 외국인투자자들은 국제금융공사 (IFC).뱅커스트러스트.골드먼삭스.록펠러펀드 등으로 지금까지 주식매매를 통해 시세차익에 관심을 보여온 템플턴펀드.아팔루사펀드 등과는 성격이 다르다.

주식매매를 통한 단기차익보다는 기업의 지분에 참여해 경쟁력을 키운 뒤 상장시키거나 수익성을 높여 과실을 거두는 장기투자가 목적이기 때문이다.

IFC 등은 독창적이고 과점적인 사업영역을 기반으로 시장수요가 넓고 성장 잠재력이 뛰어난 비상장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있다.

이중에서도 외국인들은 현재 부채규모가 작은 알짜기업들만 골라 정밀실사 단계에 들어가 있어 오는 4~5월께 투자대상 기업들을 가시화할 예정이다.

출자규모가 최소한 5백만~3천만달러에 이르며 보통 1천만달러의 투자처를 희망하고 있어 외국인 직접투자로 인한 달러화 유입에 청신호를 보내고 있다.

특히 대우.LG.삼성증권 등 대그룹 계열 증권사에는 투자에 적격한 기업들을 '골라달라' 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어 기업공개.유상증자 실종으로 일손을 놓고 있던 기업금융팀들은 외국인 출자 중개 특수를 맞고 있을 정도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외국인들은 이런 특성을 가진 우량기업에 대해 선점경쟁을 벌이고 있을 정도" 라며 "최적의 조건을 찾기 때문에 대상기업에 대해 철저한 보안을 당부하고 있다" 고 말했다.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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