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분석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의 2차 투표 결과가 발표되는 순간 박근혜 전 대표는 무표정했다. 안상수 의원이 당선 소감으로 “무산될 뻔한 경선을 있게 해 준 박 전 대표에게 감사한다”고 했지만 묘한 미소만 지었다. 21일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18대 총선 공천을 통해 세를 불린 친이계는 당내 경선에서 친박계를 압도했다. 결선에서 황우여-최경환 조가 얻은 62표는 친박계 의원들의 수와 거의 일치했다. 경선이 철저하게 계파 대결로 치러졌다는 의미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투표를 마친 뒤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옆을 지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의원들의 얼굴은 잔뜩 흐렸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해도 해도 너무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경선의 분위기는 너무 심각했다. 의원들은 후보들이 정견 발표를 하는 동안 박수도 잘 치지 않았다. 정의화 후보가 “박수 좀 한번 쳐 달라”고 했을 정도다. 엿새 전 민주당의 원내대표 경선이 후보들의 유머와 의원들의 박수 소리가 뒤섞여 떠들썩했던 것과 딴판이었다. 계파 대결이 주는 중압감 때문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경선은 끝났다. 하지만 승리한 친이계나 패배한 친박계나 모두 후유증을 걱정했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10월 재·보선이 걱정”이라며 “계파 대결의 후유증을 치유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청와대와 한나라당 지도부의 어깨는 더 무거워졌다. 당장 6월 국회가 코앞이다. 여권은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미디어 관련법과 금융지주회사법 등 쟁점 법안들을 처리해야 한다. 그만큼 내부 단합이 시급하다. 원내대표 경선에서 예상보다 거칠게 계파 갈등이 표출된 만큼 승리한 주류 측으로선 갈등을 해소할 책임이 더 커졌다. 벌써부터 강도 높은 화합 카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 전 대표로서도 숙제 하나를 안게 됐다. 본인 선거는 아니었다. 하지만 계파 대결로 치러진 당내 경선에서 박 전 대표는 2007년 대선 후보 경선에 이어 두 번째 패한 셈이다. 한 재선 의원은 “이번 경선에서 의원들의 표심은 친박 대 비(非)박으로 갈렸다”고 풀이했다. 박 전 대표에게 비주류의 울타리를 벗는 정치를 기대하는 시선들이 점점 늘고 있다는 의미다.
박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