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최경환 62표, ‘친박’수와 일치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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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분석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의 2차 투표 결과가 발표되는 순간 박근혜 전 대표는 무표정했다. 안상수 의원이 당선 소감으로 “무산될 뻔한 경선을 있게 해 준 박 전 대표에게 감사한다”고 했지만 묘한 미소만 지었다. 21일 한나라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18대 총선 공천을 통해 세를 불린 친이계는 당내 경선에서 친박계를 압도했다. 결선에서 황우여-최경환 조가 얻은 62표는 친박계 의원들의 수와 거의 일치했다. 경선이 철저하게 계파 대결로 치러졌다는 의미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투표를 마친 뒤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옆을 지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의원들의 얼굴은 잔뜩 흐렸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해도 해도 너무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날 경선의 분위기는 너무 심각했다. 의원들은 후보들이 정견 발표를 하는 동안 박수도 잘 치지 않았다. 정의화 후보가 “박수 좀 한번 쳐 달라”고 했을 정도다. 엿새 전 민주당의 원내대표 경선이 후보들의 유머와 의원들의 박수 소리가 뒤섞여 떠들썩했던 것과 딴판이었다. 계파 대결이 주는 중압감 때문이었다.

경선에 이르기까지의 과정부터가 파란의 연속이었다. 4·29 재·보선 패배의 수습책으로 제시된 김무성 추대론이 무산되고, 경선 연기론이 튀어나왔다. 그러던 중 친박계 핵심인 최 의원이 황 의원과 짝을 이뤄 정책위의장에 출마하면서 ‘보이지 않는 손’ 논란이 불거졌다. 친박계를 중심으로 황-최 후보 측에 표가 쏠리자 뒤늦게 친이 측에서 세 결집에 나섰다. 선거전은 달아올랐고 경선 전날엔 청와대 개입설까지 터져 나왔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그 결과였다. 경기도의 한 의원은 “원내대표 경선인데 계파 대결로 치러지다 보니 안상수(원내대표 후보)와 최경환(정책위의장 후보)이 맞대결한 기형적인 선거”라고 표현했다.

우여곡절 끝에 경선은 끝났다. 하지만 승리한 친이계나 패배한 친박계나 모두 후유증을 걱정했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10월 재·보선이 걱정”이라며 “계파 대결의 후유증을 치유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청와대와 한나라당 지도부의 어깨는 더 무거워졌다. 당장 6월 국회가 코앞이다. 여권은 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미디어 관련법과 금융지주회사법 등 쟁점 법안들을 처리해야 한다. 그만큼 내부 단합이 시급하다. 원내대표 경선에서 예상보다 거칠게 계파 갈등이 표출된 만큼 승리한 주류 측으로선 갈등을 해소할 책임이 더 커졌다. 벌써부터 강도 높은 화합 카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박 전 대표로서도 숙제 하나를 안게 됐다. 본인 선거는 아니었다. 하지만 계파 대결로 치러진 당내 경선에서 박 전 대표는 2007년 대선 후보 경선에 이어 두 번째 패한 셈이다. 한 재선 의원은 “이번 경선에서 의원들의 표심은 친박 대 비(非)박으로 갈렸다”고 풀이했다. 박 전 대표에게 비주류의 울타리를 벗는 정치를 기대하는 시선들이 점점 늘고 있다는 의미다.

박승희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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