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안상수·김성조 체제와 과반의 막중한 책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42면

한나라당의 새 원내대표로 친(親)이명박 주류 중진인 안상수 의원이 선출됐다. 집권당 원내대표는 정권의 원내 전략을 지휘하는 중요한 자리다. 박희태 당대표가 원외여서 원내대표 비중은 더욱 크다. 친이-친박의 분열 속에서 다수 의원이 친이 주류를 선택한 것은 국정의 고비에서 주류가 보다 엄중한 책임감으로 원내 대책을 주도해야 한다는 판단으로 분석된다. 안 대표와 김성조 정책위의장 등 새 원내지도부는 막중한 책임을 안게 됐다.

이명박 정권의 집권 2년차도 벌써 3개월이 지났지만 국정은 안정을 찾지 못했고 정국은 혼란스러우며 사회적 갈등은 가파르게 확대되고 있다. 대통령의 지지율은 30%대에 머물고 있다. 특히 4·29 재·보선의 참패와 계파 내분으로 여권은 동력을 많이 상실했다. 반면 재·보선 전선(戰線)을 계기로 제1야당 민주당은 진보진영의 정당·시민단체와 ‘반민생·반민주 MB악법 저지 투쟁’을 위한 연대를 결성했다. 탈이념을 표방하는 뉴 민주당 플랜이 나왔지만 강경파의 공세 속에서 새로운 좌표를 찾지 못하고 여전히 오래된 이념투쟁에 쏠리고 있다. 미디어법의 경우 민주당은 여론조사로 한나라당의 법안을 고쳐야 하며 이것이 실현되지 않으면 ‘죽기 살기 식 투쟁’을 벌이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화물연대의 죽창 시위에서 드러났듯 민주노총을 비롯한 강경 노조세력은 진보진영의 ‘6월 투쟁’에 박자를 맞출 태세다. 노무현 정권이 과도한 좌파 이념화로 대선·총선에서 참패했지만 한국 사회의 이념갈등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심지어는 사법부도 신영철 대법관 문제로 태풍권에 들어가 있다. 개성공단을 포함한 남북문제를 둘러싸고 남남갈등도 확대될 조짐이다.

한나라당은 새 원내지도부 결성을 계기로 국정운영에 대한 결의를 새롭게 해야 한다. 그것은 내분과 방황을 조속히 종결하는 것이다. 우선 미디어법과 경제·사회 개혁법안 등에 관해 활발한 토론을 통해 당내 이견을 좁히고 단합된 모습으로 6월 국회에 임해야 한다. 당은 지난해 연말부터 올봄까지 어지러운 입법혼란을 벌였다. 법안 직권상정 대책도 왔다갔다했고 금산분리, 양도소득세 완화, 변호사시험법 등을 둘러싸고 방황했다. 건전한 토론 차원을 넘는 무책임한 혼란이었다. 의원들의 정책총회는 한산하기 일쑤였다. 6월 국회에서 국정의 주도권을 잡지 못하면 여권은 위기 수준까지 동력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새 원내지도부는 의회 과반수의 책무를 잊지 말고 대야 협상에서 새로운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