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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산하 우리풍물]9.충남 서산군 해미·음암면 '봄나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6면

달래.냉이.꽃다지.민들레.소루쟁이…. 이맘때 맨밥 한덩이에 쌈장을 싸들고 들판이나 산으로 나가보자. 따사로운 봄볕 아래 서서히 익어가고 있는 우리 산하는 지천이 봄나물이다.

논두렁.밭두렁은 물론이고 저수지 제방, 산비탈 묵정밭, 심지어 갯둑이나 시골집 장독대 아래에서도 겨울 한철을 이겨낸 봄나물들이 딱딱한 대지를 뚫고 쑥쑥 솟아 오르고 있다.

"아지랭이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양지녘에 앉아 직접 캔 냉이를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맛은 정말 기가 막혀요. 봄향기가 입안 가득한 것 같지요. 가족들도 모두 나물 뜯는 재미에 푹 빠져 시간가는줄 몰랐어요. " 지난주말 가족들과 함께 충남 서산군 해미면으로 봄나들이를 갔다왔다는 김지애씨 (서울 개포동.45.주부) .그녀는 "봄나물을 찾아가는 여행은 어른들에게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살려주고 어린이들에게는 우리 산하에서 자라는 먹거리 식물들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 라고 말했다.

최근 들어 '봄나물 여행' 을 떠나는 도시인들이 많아졌다.

이에 따라 철도청에서는 다음달 봄나물 관광열차를 운행할 계획이고, 여행사들도 다투어 봄나물 채취를 즐길 수 있는 여행 스케줄을 내놓고 있다.

봄나물 여행지는 어디라고 딱 부러지게 얘기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대체로 바닷가를 끼고 있는 지역에서 나는 봄나물이 유난히 향이 짙기 때문에 충남.전북 해안지방이 적지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충남 서산군 해미면과 음암면은 대표적인 봄나물 산지이다.

"달래는 우리 고장이 최고지유. 해변에서 20여㎞ 떨어져 있어 기후도 안성맞춤인데다 토질도 달래가 자라기에는 그만인 찰진 모래흙이지유. 향도 좋고, 알뿌리도 튼실하고, 맛도 알싸한게 그만이유. " 음암면 농협의 민경환 (48) 씨. 그는 음암면이야말로 우리나라 제일의 '달래 마을' 이라고 자랑한다.

음암면에서도 탑곡리는 달래 재배의 원조다.

30여년전 탑곡리의 유민호 (61) 씨가 처음으로 달래 씨앗을 밭에 뿌렸다.

둑에서 나던 달래를 일일이 채취해 내다팔기가 힘들자 종자를 받아서 대량재배하기 시작했는데 그후 3백여가구나 되는 탑곡리 전체가 그를 따라 달래 재배에 나섰다.

현재는 음암면.해미면일대로 확산됐다.

"호미 들고 들판에 나가 나물캐는 일은 이젠 없이유. 콩나물 키우듯이 비닐하우스에서 키워서 쇠스랑으로 푹 떠서 흙을 털어내고 씻는 식이지유. " 올해 달래 종자를 50가마나 뿌렸다는 유씨는 IMF한파로 옛날만큼 달래가 많이 팔리지 않는다며 종자대.인건비 걱정을 하기도 했다.

음암면이 달래라면 이웃해 있는 해미면은 냉이다.

"해미의 냉이는 자연재배된 것이유. 향이 다른 곳에 비해 짙을 수 밖에 없이유. " 해미농협의 김기현 (44) 씨의 설명이다.

그는 해미의 냉이는 번식력이 강해 구태여 재배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해미읍성 옆 밭에서 냉이를 캐던 원미순 (66) 할머니는 "이른 아침부터 냉이를 캐서 저녁무렵이면 전부 수집해 서울로 올려 보내지유. 캐서 흙을 털고, 깨끗이 씻어야 하는데 손이 무척 많이 가는 성가신 일이유. " 라며 굽은 허리를 연신 두들기며 바삐 호미질을 해댔다.

그러면서도 할머니는 "냉이.머위.쑥.씀바귀.달래등 향이 짙은 들나물은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어야 제맛이 나고, 취나물.고사리.두릅같은 산나물은 갖은 양념을 해서 무쳐 먹어야만 제맛이 난다" 고 귀띔해주었다.

글.사진 = 이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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