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 100배 즐기기…지친 삶 달래는 문화공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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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아지랑이 피어오르고 나른한 오후. 콘크리트건물이 즐비한 '회색의 도시' 서울도 이제 봄기운이 완연하다.

흙내음 물씬한 시골같으면 진달래.개나리가 꽃망울을 터뜨리고 참새.박새들이 지난 겨울을 아쉬워하며 다가오는 봄을 노래하련만 서울은 봄정취를 맞보기에는 주변환경도 그렇고 도시민들의 마음도 넉넉치 못하다.

만약 서울 한복판에서 산책을 하며 봄을 맞은 동.식물의 기지개를 볼 수있다면 어떨까. 김구.안중근등 선열들의 동상을 살펴보거나 서울타워 전망대에서 하늘을 향해 치솟은 서울의 빌딩숲을 내려다보며 '잃었던 자신감' 을 회복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남산 (南山) .남산은 조선시대 한양의 남쪽 성곽의 중심이었고 가난했지만 자존심 강한 '남산골 샌님' 들이 살던 모금자리였다.

그러나 지금의 남산은 서울시민이 산책하는 뜰이요 체육.문화공간이다.

오전 6시30분. 서울역을 출발한 사람들이 남산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요즘은 운동화대신 구두를 신고 운동복대신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늘어났다.

출근차림으로 집을 나와 남산에서 시간을 보내는 '구두족' 들이다.

"요즘 경제뉴스라면 겁부터 나요. 그러나 남산에 올라 새소리만 들어도 힘이 솟는 것같아요. " 지난해 11월 사업을 그만둔 정철호 (50) 씨는 울화병으로 고생했지만 남산에 오르면서 병을 고쳤단다.

해가 뜨는 오전 7시. 김구선생 동상앞 아스팔트 광장은 테니스라켓을 든 60.70대의 할아버지.할머니들로 활기가 넘친다.

김구선생 동상앞 광장에서 도로를 건너 계단을 오르면 안중근의사기념관.탐구학습관.식물원이 나타난다.

이때 동물원 관리인들이 서둘러 동물원 주변을 청소하는 가운데 꽃사슴.닭.원숭이등 동물들이 아침인사로 저마다 독특한 소리를 낸다.

식물원에서 남산 꼭대기로 올라가는 산책로는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우선 참새.박새.까치들이 저마다 봄을 알리는 소리를 낸다.

또 산책로옆 철책안 숲을 바라보면 봄소식을 알리는 식물들이 나타나 활기를 선사하고 산책도중 만나는 한성성곽.봉수대.팔각정은 '발견의 기쁨' 을 안겨준다.

남산은 서울에서 가장 큰 '노천 동식물원' 이다.

소나무.신갈나무.개나리.진달래.철쭉.남산제비꽃.고사리류.애기나리등이 남산에서 자라고있다.

또 참새.까치.박새.뻐꾸기.꿩.다람쥐등이 남산에서 둥지를 틀고 있다.

이어 케이블카 정류장을 지나면 남산 정상 (해발2백43m) .서울역에서 시작된 1시간반의 산책이 끝나는 곳이다.

이곳의 볼거리는 우뚝 솟은 서울타워 (해발4백79m) 다.

서울타워는 서울을 한눈에 내려다보는 전망대와 지난해말 등장한 지구촌민속박물관등으로 서울의 명소로 자리잡았다.

최근 서울타워 입구 광장에는 초상화를 그려주는 화가집단까지 등장해 한층 볼거리가 풍성해졌다.

송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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