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방한 오키타 일본 경제기획청 심의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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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한국의 외환위기 극복과 관련, 한.일 양국의 협력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방한 (訪韓) 한 오키타 요이치 (大來洋一) 일 경제기획청 경제기획심의관 (차관급) 은 "한국 정부가 발행하는 외평채를 일 금융기관들이 매입하면 한국의 외환위기를 해소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 지난 9일 밝혔다.

그는 또 "한국 정부가 위기 극복을 위해 내놓은 대응책들이 잘 추진되고 있다" 며 "일본의 대한 (對韓) 지원은 국제적 지원의 틀 안에서 이뤄질 것" 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 아시아 금융위기를 보는 일 정부의 입장은. "이번 금융위기는 일시적 외환부족 문제가 증폭되면서 확산됐다. 그러나 지금은 원인 규명이 아닌 사태의 재발 방지가 중요하다."

- 선진7개국 (G7) 의 일원으로서 일 정부는 아시아 경제위기에 대해 어떤 대응방안을 갖고 있는가.

"일본이 세계경제 침체의 원인이 돼선 곤란하다는 생각이다. 지난해 12월 하시모토 류타로 (橋本龍太郎) 총리는 동남아국가연합 (ASEAN) 회의에 참석한 뒤 일본의 내수 진작이 시급하다고 판단해 소득세 감세 (減稅) 를 결정했다.

국내 경기를 활성화시켜 아시아 경제위기의 해소에 일조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만 일 정부는 국제적지원의 틀안에서 행동할 것이다."

- 일본 경기는 최근 어떤 상태인가.

"일 경제는 지난 90년 전후로 시작된 거품경제 붕괴의 후유증에서 거의 벗어나 지난해 봄부터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지난해 4월 소비세율을 3%에서 5%로 2%포인트 올렸다.

그 때문에 소비가 본격적으로 회복되지 않고 있다.

또 거품경제의 유산인 각종 부실 채권들이 발목을 잡고, 아시아 위기로 수출까지 감소하고 있다.

경제기획청은 지금쯤 경기가 활성화될 것으로 판단했으나 현실은 아직 그렇지 못하다."

- 일본은 매년 무역흑자가 엄청나지만 재정은 적자이다. 매년 막대한 무역흑자는 어디로 흘러들고 있는가.

"지난 96년까지 누증됐던 재정적자가 1~2년 전부터 다소 줄고 있다.

또 국내총생산 (GDP)에 대한 무역흑자 비중도 많이 낮아진 상태다.

흑자 상태인 기업들은 번 돈을 주로 설비투자에 쓰고 있다. 개인 저축도 늘고 있지만 크게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

- 일본은 제조업이 강한데 비해 금융등 소프트웨어 쪽이 약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제조업의 경쟁력 유지는 날이 갈수록 힘들어질 것이다. 일본은 고령화 시대를 맞아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필요로 하고, 이는 경쟁력 약화 요인이 될 전망이다. 서비스업의 경우 앞으로 각종 규제가 크게 완화될 것이다. 규제가 완화되면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줄어들고 종신고용 등은 급격히 사라질 것이다.

장기적으로 미국과 같은 노동시장 구조로 바뀌어 나갈 것으로 보인다."

- 자동차.철강.전자 등의 분야에서 한국은 일본과 경쟁 관계이다. 앞으로 전망은.

"지난 95년말 이후 엔저 (低) 때문에 조선.철강의 일부 분야에서 일본의 경쟁력이 회복됐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한국이 일본을 따라잡는 캐치업 (catch up) 현상은 계속돼 양국간의 격차는 계속 줄어들 것이다."

김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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