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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자살비디오 안락사 논란 재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29년동안 반신불수로 지내오다가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자살한 한 스페인 장애인의 마지막 순간이 TV에 방영돼 스페인 전역에 안락사 문제에 대한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지난 4일과 7일 저녁 황금시간대 '안테나 3' TV앞에 둘러 앉은 스페인 사람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반신불수의 한 장애인이 침대에 누워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장면이 방영됐기 때문이다.

자살의 주인공은 올해 35세인 라몬 삼페드로. 그는 여자 친구가 몸을 씻겨 침대 위에 올려 놓자 담담한 표정으로 유리컵 속의 극약을 단숨에 들이켰다.

한 많은 그의 삶은 20분뒤 끝났다.

그는 그동안 죽기 위해 법정 투쟁까지 벌였으나 허사였다.

안락사를 인정하지 않는 스페인 법원이 그에게 스스로 '죽을 권리' 를 인정해주지 않았던 것이다.

삼페드로는 가톨릭 신자인 가족들이 극구 반대하자 집을 옮겨 자살을 준비해 왔다.

그는 마침내 "죽은 육체위에 얹혀진 머리로 존재하고 싶지 않다.

노예와 같은 모욕적인 삶을 끝내고 싶다" 며 2년동안 그를 돌봐준 여자 친구 라모나 마네이로 (37) 등 친구 11명에게 '삶의 마감' 을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장애물은 자살 방조자에 대해 징역 2~5년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스페인의 형법. 삼페드로는 비디오 촬영뒤 극약을 마심으로써 자살을 도운 친구들의 행위가 증명되지 않도록 했다.

충격적인 자살 비디오테이프는 친구들에 의해 안락사 후원단체로 보내졌고 방송국에선 이를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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