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펀드 평가 2004년 상반기] 펀드 성적 따져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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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올해 상반기 채권형 펀드를 산 투자자는 웃고, 주식형 펀드를 산 투자자는 울었다. 펀드 시장은 단연 채권형 펀드의 독무대였다. 주식형 펀드들은 4월 말 이후 주가가 급락하면서 1분기에 벌었던 수익을 모두 까먹었다. 물론 미국 금리인상, 중국 긴축, 고유가 라는 3대 악재를 잘 피한 펀드는 최악의 상황을 면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펀드 시장의 투자자들은 주식형을 떠나 채권형으로 몰려갔다.

◇부침 극심했던 펀드시장=상반기와 지난 1분기 펀드 성적표는 많이 달랐다.

1분기에 성장형 펀드 중 상위 39%에 드는 데 그쳤던 PCA투신의 PCA업종일등주식 D-1은 상반기 수익률에선 최상위로 올라섰다. 종합주가지수가 3% 하락한 약세장에서 2.3%의 수익을 올렸다. SEI에셋의 세이고배당주식형펀드도 최하위권(하위 95%)에서 상반기 2위로 도약했다.

반면 1분기 1위였던 대한투신의 윈윈원더풀주식S-1은 상위 15%로 밀렸다. 푸르덴셜자산의 바이코리아 펀드들은 1분기에 이어 상반기 전체로도 상위 20위에 대거 올랐다. 안정성장형에서도 1분기 최하위권에 속했던 LG배당주식혼합1과 세이고배당밸런스드60주식혼합은 상반기에 최상위로 발돋움했다. 인덱스형도 1분기에 우수한 성적을 냈던 펀드들이 상반기엔 뒤로 밀려난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채권형은 선두권에 큰 변화가 없었다.

펀드들의 성적은 기간에 따라 요동쳤다. 미래에셋의 미래인디펜던스주식형1은 33.7%의 1년 수익률로 여전히 1위를 지켰지만, 1분기엔 상위 62%, 상반기엔 중간인 상위 46%에 머물렀다.

◇종목 교체가 성패 갈라=펀드도 시장과 궁합이 맞아야만 수익률이 높다는 말이 사실로 입증됐다. 1분기 고수익의 비결은 삼성전자 등 정보기술(IT)주식을 얼마나 많이 갖고 있느냐였다. 그러나 상반기 전체론 IT주를 덜 갖고 있는 펀드의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좋았다. 4월 말 이후 IT주들의 주가가 급락한 탓이다. 1분기 수익률 1위였던 윈윈원더풀주식S-1은 1분기 내내 전기.전자업종 편입비중이 44~47% 수준이었고, 이중 삼성전자 비중이 약 25%나 됐다. 그러나 상반기 최상위인 PCA업종일등주식D-1은 4월 말 현재 전기.전자업종 비중이 24.8%에 불과했고, 삼성전자 비중은 14.1%에 그쳤다.

이 펀드는 대신 SK텔레콤.KT 등 통신주를 포함해 주가 하락기에 빛을 발하는 경기 방어주들을 대거 편입하고 있다. 편입비중 상위 10개 종목을 다 합해도 50%가 안된다.

얼마나 재빨리 투자종목을 교체했느냐도 상반기 성적을 좌우했다. PCA투신 송성엽 차장은 "3대 악재가 덮치기 직전인 4월 중순 포트폴리오를 교체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상반기 수익률 최상위권인 세이고배당주식형 펀드는 하락장에서 고배당 종목을 겨냥한 배당투자의 위력을 입증한 경우다. 이 펀드의 편입비중 상위 10개 종목은 LG화학 우선주, 현대차2우B 등 하나같이 배당 성향이 높은 종목이다.

1분기 2위였던 BK엄브렐러나폴레옹1은 삼성전자 비중이 줄고(18.5%→15%), SK 비중은 늘어나는 등(5.5%→8%) 종목 변경이 있었다. 푸르덴셜자산의 백승삼 주식운용본부장은 "우량 종목의 경우 기업지배구조가 개선되면 배당성향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우선주 비중을 늘린 것이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안정형 중 수익률 최고(3.5%)인 LG투신의 뉴마켓헤지혼합1은 주가 급락기인 2분기에도 0.5%의 수익을 올려 주가하락의 피해를 전혀 보지 않았다. LG투신 지영석 팀장은 "시스템에 의해 주식 비중을 0%에서 30%까지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었던 덕분"이라고 말했다.

채권형에선 7년 만기 장기펀드인 KB장기주택마련채권이 1분기에 이어 상반기 수익률 1위에 올랐지만, 2~5위는 회사채 비중이 큰 대한투신의 채권형 펀드가 휩쓸었다. 수익률 2위인 탑플러스신종세금우대채권S-1은 회사채가 절반을 넘고(50.4%), 카드채나 캐피탈채가 34.4%나 된다.

대한투신 이병렬 팀장은 "올 상반기는 회사채와 카드채를 얼마나 갖고 있느냐가 수익률을 좌우했다"며 "시장이 안정되면 금리가 높은 회사채에 수요가 몰릴 것으로 보고, 부도날 가능성이 없는데도 헐값에 거래되던 회사채에 집중 투자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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